▲ 아이린. 연합뉴스

☞10여 년간 직장 생활을 했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으니 그저 '일'이었다. 꿈이 현실로 이뤄진다는 건,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회사는 날 '고용'했을 뿐이었다. 고로 내 꿈 따위엔 관심이 없었다. 그저 내가 돈을 받는 몫만큼 제 역할을 해내길 바랄 뿐이다. 그리고 회사엔 상하관계가 존재한다. 물론 너무 좋은 사람들도 많았다. 인생 스승도 만나고, 예쁜 후배들도 만났다. 하지만 ‘또라이 질량 보존의 법칙’이랄까. 어딜 가나 또라이는 있었다.

☞처음 만난 또라이는 ‘남탓형’이었다. 자기 잘못을 후배한테 뒤집어 씌우기 바빴다. 어느 날, 그 사람의 '편집 실수'는 내가 한 거처럼 둔갑돼 있었다. 나는 그때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신입이었다. 윗사람들에게 새까맣게 어린 내 말이 들릴 리 만무했다. 그 사람에게 따지니 되레 "잘 보라 했잖아"라는 핀잔만 들려왔다. 나는 그때 이미 이 ‘또라이 사회’를 예견했는지 모른다. 두 번째 또라이는 ‘욕설형’이었다. 회의 시간에 빠짐없이 욕설을 날렸다. 내용은 없다. 그냥 다 잘하자는 ‘욕’이었다. 오죽했으면, 그 사람에게 하도 ‘~새끼’란 소리를 들어서 자칫하면 “아빠”라고 부를 뻔했다. 세 번째 또라이는 ‘잘난형’이었다. 지만 잘났다. 자기를 제외한 모두를 ‘하수’ 취급했다. 자기 마음에 안 들면 시비를 걸었다. 항상 한숨을 달고 살았다. 작은 소리도 시끄럽다며 후배들을 쥐 잡듯이 잡았다. ‘갑질’이 따로 있나. 이 오만무례한 행동들이 내가 겪은 ‘갑질’이었다.

☞인기 걸그룹 '레드벨벳'의 멤버 아이린의 갑질 사건이 파문이다. 이는 15년 차 스타일리스트가 SNS에 글을 쓰며 알려졌다. 그녀는 아이린에게 20분간 삿대질과 함께 폭언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 글은 여러 스텝들이 '좋아요'를 누르며 더 화제가 됐다. "나도 당했다"라는 경험담도 줄이어 올라왔다. 화면 속 예쁘기만 했던 그녀, 화면 밖에선 달랐던 걸까. 천사 같은 얼굴을 하고 남을 막 대했다는 게 섣불리 믿기지 않는다. 어찌 됐건, 그녀의 가면은 까발려졌다.

☞역시 죄짓고는 못 산다. 모든 일에는 대가가 따른다. 남을 아프게 하면 결국엔 다 돌려받는다. 인생은 요지경이다. 항상 자신이 '갑'일순 없다. 회사에는 '지위'가 있다. 하지만 인간 사이엔 '계급'이 없다. 그저 다 똑같은 인간일 뿐이다. 여전히 경비원·택배기사 등을 향한 갑질 사건이 계속 일어난다. 어쩌면 우리 사회 자체가 여전히 '저급한 사회'인걸까. 돈·명예가 남에게 군림할 자격을 만들어주진 않는다. 정 갑질하고 싶다면, 조선시대로 돌아가라. 뭐, 물론 양반이란 보장은 없지만 말이다. 편집부 김윤주 기자 maybe0412@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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