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형식 충북본사 부국장

기자는 역사의 순간을 기록하는 역할을 한다. 운이 좋게도 청주·청원 통합 과정을 오래 지켜봤다. 나름 열심히 기사를 쓰다보니 행정안전부를 비롯한 여러 기관에 자문을 해주기도 했다. 행정구역 통합 과정을 현장에서 지켜보며 쌓아온 지식을 방치하기 아까워 공부를 시작했다. 석사를 지나 박사 과정을 진행 중이다. 애초 학업 시작 전에는 학업을 마친 후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전국적인 행정구역개편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예상은 빗나갔다. 인구절벽 사태와 맞물려 행정구역개편의 에너지가 뜨겁게 분출하기 시작했다.

이번 행정구역개편 움직임의 특징은 광역자치단체 통합이 시도되는데 있다. 또 정부가 아닌 통합 대상 자치단체가 주도하는 것이 특징이다. 대구와 경북, 부산·울산·경남, 광주와 전남 그리고 인근 대전과 세종에서 행정구역통합이 거론되고 있다. 인구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초자치단체간 통합도 논의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행정체계는 중앙정부, 광역자치단체, 기초자치단체의 3단계로 이뤄졌다. 주민들의 생활권을 이루는 행정구역은 조선시대와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대부분 확정됐다. 그 기준은 산과 강 등의 자연적 경계와 함께 도보를 기준으로 행정력이 미치는 범위였다. 기준만으로도 이미 4차산업혁명인 현 시대와 맞지 않는다. 급격한 인구절벽 위기는 행정구역개편의 속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도시로의 인구이동이 계속되면서 일부 농업군은 존속을 걱정해야 하는 지경을 맞이했다.

청주시의 특례시 지정을 놓고 찬·반 양론이 갈리고 있다. 충북 인구와 경제력의 50%를 넘는 청주시가 특례시가 되면 타 시·군이 상대적 피해를 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반면 대도시는 인구에 걸맞은 권한과 책임을 갖고 현장 행정을 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문제는 특례시라는 특정 상황에 지역사회의 시각이 함몰된 데 있다. 보다 크게 봐야 한다. 특례시 지정은 결국 행정체제개편의 일부다. 대구와 경북, 부산·울산·경남 등이 메가시티급 통합을 추진하는 것은 광역자치단체 이상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다. 중앙정부의 권한과 재정의 상당 부분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행정학 시각에서 보면 헌법상 보충성의 원리에 따라 주민자치의 실현을 위해 주민 삶과 밀접한 하위 행정기관에 권한을 이양한다는 의미도 있다.

물론 광역자치단체의 통합이 쉽게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다. 수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자치단체의 통합은 상상 이상의 저항을 동반한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을 역행할 수는 없다. 청주·청원 통합 역시 그래서 성공할 수 있었다.

이 대열에서 현재 충북은 빠져있다. 경상도에서 또 전라도에서 메가시티급 자치단체가 탄생하면 규모 면에서 현재의 충북과 비교할 수 없게된다. 경쟁력 역시 마찬가지다. 충북은 누구와 손을 잡고 무엇을 요구할 것이며 어느 방향으로 가야할 지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충북도는 중앙정부의 권한을 받고 청주시는 특례시로 가며, 인구절벽이 심각한 지자체는 통합을 통해 체급을 키우고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시종 충북도지사가 행정구역개편의 달인이란 점은 충북에 행운이다.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1994년 정부 차원의 도·농 통합 당시 이 지사는 내무부 지방기획국장이었다. 행정체제개편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이를 실현했다. 청주·청원 통합 과정에서도 한범덕 청주시장, 이종윤 청원군수와 함께 통합을 성공적으로 주도했다. 이 지사가 그 동안의 경험을 살려 행정구역개편의 밑그림을 그린다면 좋은 작품이 나올 것이란 기대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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