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충식 대전대 대전한방병원 신장내분비센터 교수

“종일 머리가 무겁고 정신이 멍하고 몽롱해요. 직장에서도 일에 집중이 안되고 멍하게 있는 일이 잦아요. 잠도 많이 자는 편인데 개운하지가 않고 계속 피로감에 쌓여 있는 것 같아요.”

요즘 머리가 안개 낀 것처럼 맑지 않아 개운치 않다고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머리가 맑지 않고 멍한 느낌이 드는 것을 브레인 포그(Brain Fog)라 하고, 한의학에서는 두불청(頭不淸)이라고 한다.

머리가 멍하거나 어지러워서 병원에 가면 이석증이나 전정기관의 문제를 의심하게 되는데 막상 검사해보면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다.

더 나아가 중풍(뇌졸중)이 염려돼 두부 CT, MRI까지 검사하고, 빈혈일지 모른다는 걱정에 피검사를 해도 이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두통으로 생각하고 두통약을 복용하는 경우도 종종 본다.

하지만 머리가 맑지 않은 증상은 두통과 다르기 때문에 겪으면서도 매우 혼란스러워진다.

두불청은 기질적 문제가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진단 기계로 확인할 수 없다. 양상도 다양해서 종일 지속되거나 특정한 때에만 나타나기도 한다. 노인에서 흔하지만 다양한 연령층에서 나타난다. 편두통 환자, 만성 편두통, 만성 어지럼증, 섬유 근육통 등에서도 나타나는 문제다.

원인 또한 매우 다양하다.

첫째, 불충분한 수면이다. 충분한 수면으로 뇌의 피로를 해소하지 못해 나타나는 것이다.

둘째, 심한 지속적 스트레스로 발생한 화(火)로 인해 뇌 기능이 약화된 경우다.

셋째, 소화 기능이 저하된 경우다. 식사하면 비위(소화기관)에서 맑고 탁한 것을 나눠 맑은 기운은 머리로 올라가 정신작용을 하고, 탁한 기운은 밑으로 보내 대소변으로 나가게 된다. 비위가 약해 맑은 기운이 위로 올라가는 것이 부족하면 머리가 맑지 못한 상태가 될 수 있다.

넷째, 체내에 담음(痰飮-노폐물)이 쌓여있는 경우다. 담음이 기혈순환을 방해하면 머리가 맑지 않거나, 어지러움, 무거움, 멍함 등을 느낄 수 있다.

다섯째, 노화다. 노화가 진행되면 뇌가 위축되고, 뇌로 올라가는 혈류량이 줄어들어 멍해질 수 있다.

여섯 번째, 과로 또는 피로다. 지나친 장시간 공부나 근무로 에너지가 부족해 뇌 기능이 떨어져 나타난다.

일곱째, 목 주위 근육의 긴장이다. 장시간 컴퓨터나 핸드폰 사용, 피로와 스트레스 등으로 경추나 어깨 근육이 긴장되고 뭉치게 돼 두불청, 어깨결림, 경추통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여덟째, 비염, 약물, 코로나19 후유증 등이다. 최근에는 코로나19 후유증으로 머리에 안개가 낀 것처럼 집중이 힘든 증상 호소하기도 한다.

두불청을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지나치거나, 안이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현상이 지속된 후에야 심각함을 느끼게 된다. 두불청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뇌가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들어야 한다.

수면 질 개선, 생활습관의 변화가 중요하다. 스트레스 관리, 금연과 금주, 7시간 이상 수면은 기본이다.

운동도 효과적이다. 한의학에서는 청상법(淸上法), 청뇌법(淸腦法)등 치료법으로 청뇌탕 등의 한약을 위주로 한다.

침치료, 뜸치료, 추나요법, 한방물리요법, 약침치료 등을 통해 우리 신체와 뇌 기능을 안정시키며 치료를 진행한다.

머리가 맑지 않다는 증상에만 집착하면 치료가 되지 않는다. 원인이 다양한 만큼 전문 의료진과 상의하는 것이 빠르고 쉽게 치료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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