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영 ETRI 지능형센서연구실 선임연구원

리튬 이온 이차전지는 1991년 소니에서 상용화된 이래, 최근 가장 큰 사회적 관심을 끌고 있다.

예컨대 리튬 이온 이차전지를 생산하는 LG화학, 삼성SDI 또는 전기차를 제조하는 테슬라, 현대자동차 등 기업 가치는 최근 2~3배 가까이 올랐다.

지난해에는 리튬 이온 이차전지 상용화에 기여한 세 명의 과학자가 노벨상을 받기도 했다.

처음 이차전지가 전자기기에 장착됐을 때만 해도 이차전지는 대중에게 큰 관심거리가 아니었다. 일반적으로 사용자는 전자기기가 지닌 본연의 기능을 인지할 뿐, 이차전지의 역할을 직접 접하기는 어려웠기 때문이다.

초창기 휴대 전화를 생각해 보더라도 무선으로 통화가 가능한 것을 혁신으로 여겼지 이에 기여한 휴대용 에너지 저장 장치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초기 전자기기는 높은 전력을 필요로 하지 않았고 이차전지의 용량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ICT 융합기술이 급격하게 발전함에 따라 휴대용 전자기기에는 전과 다른 다양하고 복잡한 기능이 더해졌다. 이에 따라 전력 사용량이 급격히 늘어났으며 더 높은 용량을 가지는 이차전지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

최근에는 휴대용 기기에 들어가는 소형 이차전지 뿐 아니라 중대형 이차전지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친환경 자동차로 대표되는 전기차와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에 기여하는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이 그 예이다.

특히 전기차의 일충전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한 노력은 전 세계적으로 치열하다. 이에 산학연이 다각도로 기술개발 과제를 진행해 그 요구를 대응하고자 하지만 점점 기술적 한계에 부딪히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근본적으로 초기 이차전지가 사용했던 화학 원리를 현재도 그대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이차전지의 용량을 혁신적으로 늘릴 수 있는 ‘차세대’ 이차전지에 대한 요구가 뜨겁다. 차세대 이차전지로 주목 받고 있는 전지에는 리튬 금속 이차전지, 리튬-황 이차전지, 리튬-공기 이차전지, 전고체 이차전지 등이 있다.

그 중 전고체 이차전지는 발화성의 액체전해질을 사용하는 다른 이차전지와 달리 난연성의 고체전해질을 사용하는 전지이다.

따라서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발화 사고를 원천적으로 예방 가능하다. 또 셀 단위에서 이차전지를 직렬 연결해 공간 활용도를 높이는 바이폴라(bipolar)형 전지 설계가 가능해 손쉽게 저장 에너지 밀도를 늘릴 수 있다. 이에따라 전 세계에서 각 연구 그룹의 연구가 이슈되는 분야다.

필자가 속한 연구진도 기존보다 성능이 우수한 고체전해질 및 효율적인 셀 제조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다. 필자의 경우 최근 간결한 전고체 전극 설계를 통해 보다 간편한 공정으로 용량을 약 1.5배 높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하지만 여전히 전고체 이차전지를 위한 원천소재 뿐 아니라 제조공정 등과 관련 체계적이고 원천적인 추가 연구가 절실하다. 고성능의 이차전지 개발은 단지 인간의 편의성과만 직결되지 않는다.

환경문제에 있어서도 이차전지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초기 휴대 전화와 같이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이차전지가 든든한 버팀목이 돼야 친환경 발전 기반의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이 가능할 것이다.

차세대 이차전지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 의지와 노력이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앞당길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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