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회 대한민국 생활연극제 대상 수상작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엘리트 체육 못지않게 수준과 저변이 깊고 넓어진 생활체육은 삶의 수준을 높이는 중요한 촉매가 되고 있다. 사회 체육과 엘리트 체육은 상호 보완, 자극 기능으로 스포츠라는 큰 바퀴를 굴리는 원동력을 이룬다. 서로의 영역과 역할을 존중하면서 직, 간접으로 상부상조하는 가운데 스포츠 강국의 기틀이 굳어지기 때문이다.

예술에서도 전문인들의 축적된 기량과 경험이 이룬 경지와 그들의 역량에는 못 미친다 하더라도 열정과 순수성 그리고 나름의 목표를 향한 생활예술의 저력은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 미술, 음악 분야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전문 수준 버금가는 생활예술의 역량이 확인되고 있고 근래 생활연극 분야의 활성화는 우리 사회 선진화, 삶의 질 향상이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평범한 삶을 살아온 중, 장, 노년 인사들이 아무런 이익을 바라지 않고, 비용과 시간을 할애하여 연극 대본을 암기하고 인물을 분석하며 동선 익히기에 열중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만연한 퇴폐, 향락, 유희 문화를 멀찌감치 벗어나 무대 공간에서 이들이 쏟는 땀방울과 낭랑하게 울려 퍼지는 대사는 우리 사회를 맑게 하는 청량제에 다름 아니다. 아무개라는 이름을 가진 실존의 삶에서 벗어나 전혀 다른 극중인물을 창조하는 작업은 고단하지만 흥미로울 것이다. 지금까지 익숙했던 나의 일상이 생소한 시, 공간으로 바뀌면서 이런저런 사연을 지닌 배역으로 동화되는 연습 기간의 애환은 고단한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기제가 될 수 있다.

지난주 월요일 시상식이 열린 '제2회 대한민국생활연극제'는 평범한 시민들이 다양한 극중 인물로 변신, 발휘한 혼신의 연기력이 돋보였다. 대회기간 중 방역수칙에 의거, 극소수 심사위원 앞의 무관중 공연이었지만 누구나의 내면에 잠재한 연기 본능과 축적된 삶의 경륜은 오히려 깊고 넓게 퍼져 나왔다. 서로 일면식도 없던 평범한 직장인과 주부, 학생과 은퇴 노인들이 모여 몇 달의 연습을 거친 무대는 생활예술이 지향하는 이상을 나름 구체화 시키고 있었다. 성실하고 정직하게 살아온 시민들이 생활예술에 동참할 때 거기서 아름다운 울림이 일어나고, 사회의 혼탁한 공기가 걸러지는 여과기능이 함께 작동 하는 듯하였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명예교수,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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