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각 대한건축사협회 대전시회장

새벽녘 알람 소리에 졸린 눈을 비비며 거실 창을 활짝 열면 쌀쌀한 가을 기운을 느낄 수 있는 서늘함이 한껏 쏟아져 들어온다. 따뜻한 물로 간단하게 샤워를 하지만 여유롭게 뜨끈한 온천물에 몸을 담그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이제 제법 쌓인 나이 탓일까 생각하며 새로운 하루를 시작한다.

대전은 교통과 과학으로 대표되는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유성온천'이라는 관광요소가 도심 속에 존재하는 관광도시로서의 역할도 충분히 기대할 만한 곳이다. 동국여지승람에 언급된 조선 태조의 목욕부터 시작해서 일제시대 경부선의 개발과 충남도청의 이전으로 더욱 발전하게 된 유성온천은 라듐이 많이 함유된 단순천으로 수온은 25~53℃이고 수질은 매우 부드러워 목욕을 하고 나면 온몸이 매끄럽고 각종 피부병과 신경계통의 질환, 위장병, 비만증, 당뇨병, 부인병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어릴 적, 필자는 부모님과 함께 현재 계룡스파텔의 전신인 국군휴양소의 가족탕에서 함께 목욕하며 삼각뿔 모양으로 비닐 포장된 바나나우유를 마시곤 했던 기억이 있다. 유성온천이 활발하게 이용될 때는 수온이 61℃까지 올라갔다고 하는 온천 관계자의 말처럼 정말 좋은 온도와 성분을 가진 대전의 보물 같은 요소임에는 틀림없다.

유성온천관광특구가 쇠퇴하면서 유흥업소로 가득 찼던 시가지는 본래의 기능까지 상실하면서 홍인장, 리베라호텔, 아드리아호텔 등 대표적인 온천장과 숙박업소의 철거와 함께 주거 기능이 들어와 부도심의 도시적 기능만 수행하는 듯한 모습을 띄고 있어 새롭게 변신할 수 있는 도시적인 계획이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한다.

다행히 지난 7월에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2020년도 온천지구 관광거점 조성 사업' 공모를 통해 대전 유성온천이 선정되어 4년간 국비 90억원 이내의 범위에서 지원을 받게 된 것은 단순 온천지구 정비사업이 아닌 유성 관광을 활성화하는 커다란 그림을 그려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특히 중요한 유성온천가로 특화는 블록마다 진입로로 끊긴 공원의 연계를 위한 입체적 개발을 고민해야 하고, 인근의 대학로와 갑천공원과의 연계 및 유성천과 유성시장의 연계를 통해 보행관광 루트를 개발해야 할 것이다. 장대지구 재개발사업지에 속한 유성시장은 5일장과 함께 새로운 관광요소로 특화하여 개발한다면 깨진 항아리에 물 붓듯 엄청난 재정만 소비되는 기존의 전통시장이나 재래시장의 새로운 개발모델이 되지 않을까 싶다.

새롭게 정비된 재개발과 재건축 사업지에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생활 SOC를 시설로 기부채납 받는다면 국가의 예산 투입에 대한 부담 없이 지역 커뮤니티를 활성화할 수도 있고 노후 시가지의 정비도 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사업 구상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계획'만큼 중요한 것이 적절한 '시기'임을 기억하고 지역의 학계와 전문가, 지역민과의 열린 소통의 시간을 잘 준비한다면 유성은 새로운 르네상스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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