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훈 대전을지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올해 7월 하순부터 시작된 엄청난 양의 폭우와 이어진 태풍 때문에 우리 모두는 한동안 안심하고 잘 수 없었다.

비교적 자연 재해를 잘 피해왔던 대전에서도 끔찍한 물난리 때문에 인명피해가 생겼고 끊임없이 울려대는 안전 안내 문자는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그런데 이 끔찍한 기후이상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을 초토화시킨 바 있다.

특히 중국에서는 두어 달이 넘게 폭우가 그치지 않아 상상을 초월한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홍수로 도시가 물에 잠긴 후에도 비가 그치지 않아 주민들을 절망의 늪에 빠뜨렸다.

이웃이 고통 속에 있으면 자연히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고 게다가 나 역시 언제 어느 때 같은 고통에 처할지 모른다며 두려워할 법 하다.

그렇기에 내가 사정이 나을 때 남을 돕고 내가 어려워지면 도움을 기대하는 것이 정상일 것이다.

그러나 7월과 8월 중국에서 홍수 피해가 한참일 때 유튜브에 자주 등장했던 영상들을 보면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

산샤댐 붕괴 가능성을 거론하는 영상들이 이곳저곳에서 등장했고 개중에는 대홍수로 산샤댐이 무너지면 중국 인구가 7억 명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무시무시한 전망도 있었다.

중국이 경제적으로 회복불능의 상태에 빠질 것은 당연하며 이는 시진핑과 공산당의 실정에 대한 인과응보가 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마치 산샤댐이 무너지기만을 기다리는 것만 같았다.

산샤댐은 양자강 상류의 협곡을 잇는 댐으로 수력 발전 및 홍수 예방의 목적으로 무려 10여 년의 건설과정을 거쳐 2003년 완공됐다.

워낙 규모가 매머드 급이라 인공위성에서도 보인다고 하며 중국에서는 만리장성 이래 최대의 위업이라고 자랑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힘과 지도력을 증명하는 사업이라며 선전에 이용해왔기 때문에 완공 초기부터 비판에 휩싸였었고 환경 파괴와 지역 주민 억압의 대표적 사례로 공격받기도 하였다.

이런 와중에 산샤댐의 수위가 한계 수위에 육박하자 전 세계의 유튜버들은 중국 공산당과 시진핑의 종말이 다가오는 서막이라고 한껏 분위기를 띄웠고, 조금씩 증가하는 산샤댐의 수위는 그 카운트다운인 것처럼 주목 받았다.

심지어 산샤댐이 무너졌을 때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시뮬레이션한 동영상이 엄청난 조회 횟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가 반전된 것은 한반도에 미칠 수 있는 피해 역시 역대 규모가 될 거라는 전망 때문이었다.

만약에 산샤댐이 무너지면, 중국 동북부 해안, 한국으로서는 서해안에 포진한 12개의 원자력 발전소가 일제히 파괴될 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피해가 현재까지도 바다를 오염시키고 있는 것을 보면 중국의 원전이 파괴되고 그 방사능이 한반도를 덮친다면 우리나라야 말로 회복불능의 상태에 빠졌을 것이다.

다행히 산샤댐은 무너지지 않았고 중국 정부의 선전대로 역대급 홍수에도 늠름히 버텨냈다.

비록 일부 유튜버들의 은근한 기대를 저버렸다 할지라도 중국과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 국민 입장에서는 너무나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올 가을에는 맑은 하늘만 이어지기를 기원하는 바람은 우리나라 상공의 구름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 상공의 구름에게도 마찬가지로 전해졌으면 한다.코로나 사태 이후 나라마다 벽을 쌓고 시기와 질투, 비방을 일삼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와 주변 나라들은 하늘과 땅을 공유하며 결국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1~2년 전만 해도 일본과 중국은 호감으로 다가오는 이웃 나라였고, 미국은 피를 나눈 동맹이었다.

그러나 현재 이들 나라에 대한 국민의 호감도는 바닥을 치고 있고, 특히 중국과 일본은 이제 좀 망해주었으면 하는 은근한 바람이 있다.

일본은 전범국으로서 자신들의 잘못을 뉘우치기는커녕 대놓고 우리나라에게 경제적 딴지를 걸고 있고, 중국은 코로나 바이러스를 퍼뜨린 데다가 홍콩을 억압하는 등 자유주의 가치에 대해 공격하고 있다.

이번 자연 재해가 그런 행보에 대한 단죄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국가간의 경계란 인간이 인위로 나눈 허상일 뿐이다.

자연에는 그런 경계가 없을뿐더러 정치적, 경제적 네트워크를 따져봐도 이미 내 것과 네 것을 구분하기 애매하다.

지구촌은 온갖 갈등에도 불구하고 타국의 불행에 연민을 느끼고 힘이 닿는 한 도와주어야 하며 언제 동일한 불행이 자국에 닥칠지 모른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단지 우리나라가 피해를 볼까봐 산샤댐이 무너지면 안 되는 것이 아니라 산샤댐은 중국 국민들의 생명을 지켜낼 수 있는 보루라는 측면에서 절대 무너져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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