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각 대한건축사협회 대전시회장

국수를 맛있게 끓이는 방법 중에 끓는 물에 국수를 넣고 거품이 올라오면 소량의 찬물을 두 번 정도 나누어 부어주는 팁이 있다. 면이 탱글탱글해지는 비법(?)으로 같은 국수라도 맛난 느낌을 계속 유지하게 하는 유익한 상식이다. 만약 찬물을 너무 많이 넣을 경우 면을 끓이는 시간이 더뎌져서 오히려 식감이 떨어지게 되니 그 적정량의 찬물을 조정하는 것이 관건이라 하겠다.

한 나라의 정책, 현재와 같은 지방자치 시대의 지자체가 수립하는 정책은 다양한 분석과 상황과 시민의 요구 등을 충분히 수렴해 결정하는 풀뿌리 민주주의에 근간을 두어야 한다고 대부분의 시민들은 생각하고 있고, 또 믿고 있다. 예전과 같이 정부나 국가의 행정 기관에 의해서 행해지는 '관치행정'의 폐해는 생각보다 컸었기에 이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국민이 그들 자신에 의하여 선출한 기관에 의해 처리하는 '자치행정'을 통해 참 민주주의가 실현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말로는 행정 효율과 시민 참여를 강조하면서 실제는 관치적인 행태가 난무하는 것을 우리는 수없이 보아 왔다. 최근의 의사 파업 사태의 속을 들여다보면 그들의 행위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은 구조적 모순에 대해 일방적인 무시를 당했던 의사들의 울분도 상당부분 포함되어 있다. 또 최근 임대차3법은 국민을 양분할 뿐 아니라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에게 고통과 불만을 가져오리라 예상하고 있다. 특히 2년 거주를 추가 보장하는 계약갱신청구권은 임대인의 매매행위에 결정적인 피해를 가져오게 된다. 예외사항 9가지 중에 임차인에게 보상금 지급이라는 문구가 버젓이 들어있는 것을 보며 임대인과 임차인의 인성테스트까지 드러나게 한다. 국수 삶을 때 들어가는 찬 물처럼 적정한 수위가 필요하다.

항간에 떠도는 소문 중에 둔산지역 스카이라인 기준을 시청과 정부청사로 정해 그 이하의 층수만 허가할 것이라는 얘기가 들린다. 개발된 지 35년 된 둔산지구는 새로운 시대에 맞게 지구단위계획을 정비해 새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필자가 주장한지 얼마 되지 않아 접한 이 소식에 망치로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 도시의 스카이라인은 시대의 변천과 더불어 균형감 있게 조정돼 도시의 정체성을 유지해야 한다. 그래서 새로운 기준을 정하고 적극적인 의견 수렴을 통해 모두가 공감하는 비전을 제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관청건물을 기준으로 최고층수를 제한하겠다는 일방적인 발상은 타임머신을 타고 몇 십년 뒤로 돌아간 기분이다.

대전시가 꿈꾸는 미래의 대전은 어떤 모습일지 잘 상상이 되지 않는다. 그때그때 접수되는 개발사업에 방어적인 태도만 취할 뿐 거시적인 방향성을 제시하지 않는 것 같다. 현재의 대전은 호재가 많은 시기임을 자각해 원도심 활성화, 트램, 그린 뉴딜, 각종 재개발 및 재건축 사업이 새로운 대전의 모습을 될 것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진취적인 방향성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항간의 소문이 단순한 루머(뜬소문)이길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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