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축제가 취소되면서 지역특산물 매출이 예년 반토막도 안 된다.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단체급식과 외식이 줄어 농산물 판매도 크게 줄었다. 유례없이 긴 장마에 기록적인 폭우와 태풍까지 겹쳐 작황도 예년만 못하다. 애지중지 키운 농산물이 팔리지 않으니 농민들 한숨소리만 높아가고 있다.

올핸 과수 개화기 냉해에 이어 화상병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화상병은 마땅한 치료제가 없어 과수 에이즈로 불릴 정도다. 확산 속도가 빨라 한번 걸리면 뿌리째 뽑아 매몰 처리외엔 뾰족한 방법이 없을 정도다. 사과나 배나무가 일단 감염되면 잎과 가지가 마치 불에 타 화상을 입은 것처럼 말라 죽게 된다. 하루아침에 생계 수단인 과수농사를 망쳤으니 농민들 마음도 함께 타들어간다. 전국 피해면적이 330ha인데 이중 충북이 274ha로 전체 83%가 넘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태풍 피해도 엄청나다. 장마에 이어 초대형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이 연거푸 할퀴고 지나간 상흔은 간신히 응급복구만 마친 상태다. 추석 대목 수확을 앞두고 있던 과수원은 강풍과 폭우로 쑥대밭이 됐고 금산지역 인삼밭도 침수피해가 극심했다. 상처 투성이인 낙과는 출하가 불가능해 밭에서 썩어가는 지경이다. 국가재난지역에 포함되지 못한 농가들은 그저 하늘만 원망할 뿐이다. 그래서 풍성해야 할 추석명절이 우울하기만 하다.

올 추석명절은 귀성열차 예매율이 예년의 절반 수준이란다. 유통업계 선물세트 사전 예약건수는 지난해보다 크게 늘었다고 한다. 코로나 영향으로 언택트 추석이 확연하다. 이동을 자제하고 비대면 명절을 보내려는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농어가 어려움을 고려해 김영란법 선물가격 한도를 추석에만 한시적으로 20만원으로 상향했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말처럼 힘들 때 서로 돕는 시의적절한 조처다. 이번 추석은 우리지역 농축수산물로 농어가 어려움을 함께 나누는 한가위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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