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준호 ETRI 언어지능연구실 책임연구원

‘대한민국 부동산’ 그리고 ‘인공지능(AI)’ 다소 생뚱맞은 두 조합이다. 필자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대한민국 부동산을 분석하는 인공지능 기술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관심 있어 하는 대표적 키워드를 예로 들어서 어떤 대상을 바라보는 관점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우리나라 부동산, 특히 아파트 가격은 높은 걸까, 낮은 걸까? 아니면 앞으로 더 오를 것인가.

앞으로 더 오를 것인지는 필자도 알지 못한다. 다만 부동산을 절대적인 관점과 상대적인 관점으로 나눠서 바라보자면 경제 구성원 개인별로 소득 및 자본 상황을 기준으로 부동산 가격을 바라보는 것은 절대적인 관점일 것이다.

또는 시중에 풀린 유동성 및 이자율을 기준으로 과거와 비교해 아파트 가격을 바라보는 것은 상대적인 관점일 것이다.

필자는 경제 전문가가 아니므로 부동산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하고자 한다.

필자의 전공 분야는 컴퓨터가 사람의 언어를 이해하는 언어 인공지능 분야이다. 컴퓨터는 사람의 언어를 어떻게 이해할까?

크게 단어(심볼)가 의미를 내포한다는 관점과 같이 사용되는 주변 단어가 해당 단어의 의미를 결정한다는 관점이 있다.

전자는 절대적인 관점, 후자는 상대적인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다. 전자는 전통적인 언어처리 연구(온톨로지 등)에 많이 적용되는 관점이고 후자는 최근 딥러닝 접근방법에서 많이 적용되는 관점이다. 최근 언어 인공지능 분야는 딥러닝(Deep Learning) 방법의 성능이 급격하게 좋아지면서 대다수 연구가 딥러닝을 기반으로 진행되고 있고, 전통적인 심볼 기반 언어처리는 다소 오래되고 구시대적인 접근방법으로 여겨지는 분위기이다.

하지만 딥러닝의 최전선에서 이와 같은 분위기에 반전이 나타나고 있다.

딥러닝의 한계 중 하나는 딥러닝의 출력 결과를 사람이 이해할 수 없다는 점이고 이로 인해 자율주행차, 의료 및 법률과 같이 딥러닝 결과가 사람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분야에 딥러닝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어려움을 가진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하는 분야가 설명 가능한 AI(XAI) 분야이다.

XAI는 딥러닝 모델이 왜 해당 결과를 출력했는지의 이유를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자연어(심볼)를 포함해 설명하고자 한다.

미국의 스탠퍼드 및 MIT 대학에서는 지난 6월 영상을 인식하는 특정 딥러닝 모델을 분석해 ‘물이 있고, 넓이가 넓으며, 파란색이 아닐 경우’를 바다로 인식한다는 조건을 확인한 바 있다.

그리고 실제 이 모델이 파란색의 바다 사진을 입력하면 바다로 인식하지 못하는 오류를 발견키도 했다. 차세대 딥러닝은 이처럼 딥러닝과 심볼과 조화로 완성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가능성을 필자는 생각해 본다.

바야흐로 부동산은 넘치는 유동성의 시대라 할 수 있다. 또 최근 가장 화두인 인공지능 분야는 딥러닝의 시대라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시각을 약간 다르게 보면 동일주제로 여러 관점에서 논할 수도 있는 주제라 할 것이다. 그러한 차원에서 필자는 아무리 딥러닝 시대이고 딥러닝이 대세라곤 하지만 과거 전통적인 심볼 기반 언어처리도 잊지 말고 딥러닝 시대에 맞는 방향으로 발전적 계승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딥러닝을 이용한 최신 언어처리 기술도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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