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주현 호서대학교 법경찰행정학부 특임교수

필자가 졸업한 고등학교의 교훈은 ‘성실’이다. 학교에 들어가다 보면 둥그런 정원에 ‘성실’이란 글귀가 새겨진 큰 돌이 놓여있고 조금 떨어진 왼쪽 잔디밭에도 ‘성실’이란 글씨가 새겨진 석탑이 있다. 당시 교장선생님을 비롯한 많은 선생님들께서 ‘성실’이라는 단어를 무척 강조하셨는데 그럼에도 그때에는 ‘성실’이란 단어를 그냥 선생님들께서 늘 습관적으로 쓰시는 용어로만 생각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많은 세월이 흐른 지금 ‘성실’은 일생을 좌우하는 아주 큰 덕목임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어떤 사람이 성실하다는 것은 정말 그 사람의 큰 복이며 훌륭한 자산이 아닐 수 없다.

예전에는 학력이 무척 중요시됐고 모두들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애를 많이 썼다. 그러나 수 십 년이 흐른 지금은 겉으로 드러나는 학력보다는 무엇을 하든지 자신이 하는 일에 성실하게 전력투구(全力投球) 하는 것이 더욱 행복하고 성공적인 삶을 사는 길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옛날 동곽자라는 사람이 장자에게 물었다. “선생님! 도는 어디에 있나요?” 그 때 거름 위에 쇠파리가 앉아 있는 것을 보고는 장자가 “저 쇠파리 속에 도가 있다”고 말한다. 동곽자가 여쭙기를 “에이, 어찌 지저분한 곳에 도가 있을 수 있나요? 좀 잘 알려주세요”라고 하자 장자는 “저 깨진 항아리 속에 도가 있다”고도 말한다. 동곽자는 장자가 자신에게 도를 알려주지 않고 놀린다 생각하고 자꾸 사실대로 도를 알려달라고 보챈다. 그때 마침 들판에서 소가 똥과 오줌을 누고 있었는데 장자가 그것을 보더니 “저 똥과 오줌 속에 도가 있다”고 말한다.

장자는 ‘도라는 것은 어떤 대단한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많이 배운 사람에게 있는 것도 아니다. 도라는 것은 우리 삶 속에, 우리가 만지는 그릇 속에, 농부가 이용하는 거름 속에, 우리와 더불어 사는 하찮은 미물 속에 있다’고 말한 것이다. 예수님은 ‘작은 일에 충성한 자는 복을 받는다. 네가 작은 일에 충성하니 큰일을 맡기겠다’고 했다. 또 ‘무슨 일이든 마음을 다하여 주께 하듯 하고 사람에게 하듯 하지 말라’고 했다. 비록 작은 일이라도 성실하게 정성을 다하라는 뜻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기가 나빠지는 등 모든 분야에서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난세에는 똑똑하고 유식한 것이 경쟁력일 수 있지만 역시 성실함을 당할 수는 없다. 불성무물(不誠無物), ‘성실이 없다면 그 어떤 존재도 있을 수 없다’는 중용의 가르침처럼 우리 모두 자신의 영역에서 성실함으로 이 어려운 코로나 위기를 잘 극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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