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옥 청주시 서원구 민원지적과 주무관

새해가 시작된 지도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어느덧 2020년 여름이 됐다. 올 초 시간이 덧없이 지나가고 있다는 생각에 내게 맞는 취미생활을 찾아보기로 했다. 서점을 둘러보다가 오일 파스텔 컬러링북이라는 책을 발견했다. 색연필로 칠하는 컬러링북과는 다르게 이 책은 오일 파스텔을 이용해 내 마음대로 색을 칠하는 것이었다. 오일 파스텔이란 우리가 어릴 때 많이 쓰던 크레파스에 기름 성분이 들어가 있어서 크레파스보다는 좀 더 부드럽게 표현이 되는 장점이 있다.

초보자도 쉽게 도화지에 쓱쓱 칠하기만 해도 금방 멋진 작품이 됐다. 또 컬러링북과 색칠 도구만 있으면 집에서 간단히 즐길 수 있는 것이라 접근성도 좋았다.

그러나 처음 한두 장 칠해보다가 흥미를 잃고 이 책은 집구석 어딘가에 처박히게 됐다.

이 컬러링북이 내 머릿속에서 희미해질 때쯤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전염이 되면서 공포감에 외출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구내식당에서 마주 보지 않고 일렬로 앉아서 밥을 먹게 됐고, 출퇴근할 때는 물론 사무실에서도 마스크를 벗지 않고 생활을 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조되는 만큼 모임이나 약속 등을 피하고 소위 '강제 집순이'가 됐다. 휴대폰을 하거나 텔레비전을 보는 것도 잠시, 집순이도 자발적으로 할 때 행복한 것이라는 인터넷 글을 보고 공감이 돼 웃음이 났다.

날씨도 좋은데 집에만 있자니 더욱 좀이 쑤시는 상황이다. 이미 인터넷에서는 외출을 못 하니 집에서 사백번 저어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달고나 커피 만들기가 유행처럼 번졌고 나 또한 집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없을까 하다 올 초 새로운 취미생활을 시작해보겠다고 샀던 오일 파스텔이 눈에 띄었다. 어느 유튜버가 오일 파스텔로 종이에 칠하고 손으로 비벼서 색을 부드럽게 퍼트리면서 멋진 자연 풍경을 그리는 것을 봤던 게 떠올랐다. 간단한 몇 가지는 나도 보면서 따라 그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일 파스텔을 다시 펼치고 유튜버가 어떤 색을 칠하는지, 또 그 색을 어떻게 손으로 문질러서 작품을 완성해 나가는지 유심히 살피면서 하나하나 천천히 따라 하기 시작했다. 띄엄띄엄 밥도 먹고, 텔레비전도 보다가 몇 시간에 걸쳐서 내가 그렸다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멋지게 완성됐다. 집에 있으면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를 정도로 집중한 적은 처음이었다. 우연히 사놓은 오일 파스텔 덕분에 새로운 취미생활을 발견하게 됐다.

불과 몇 달 전과 비교해 봤을 때 우리의 일상은 많이 달라졌다. 마음 편히 외출은 할 수 없고 자유를 빼앗긴 느낌에 답답하지만 이 또한 우리가 힘을 합쳐 이겨나갈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2m 이상 건강 거리 지키기, 비누로 꼼꼼하게 손 씻기, 퇴근 후 약속 자제 등 최근 정부에서 발표한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 행동지침을 지키며, 컬러링북과 같은 집에서 할 수 있는 취미생활을 찾아 눈을 잠시 돌려보는 것은 어떨까?

얼른 코로나19가 이 세상에 설 곳이 없어지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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