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덴마크 의회 주차장 사진=구수환 이태석 재단 이사장

최근 초선 여성의원이 종전에 보기 드물었던 색채와 디자인의 복장으로 등원해서 관심이 비등했었다. 그동안 오래 누려왔던 국회의원들의 특권과 권위 내려놓기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는 마당에 참신하고 발랄한 패션이라는 긍정적 시각이 있었다. 남녀의원을 막론하고 감색이나 검은색 우중충한 컬러의 정장 이미지를 새롭게 희석시켰다는 해석이다. 반면 T.P.O 즉 '시간, 장소, 상황'이라는 전제에 걸맞는 개념의 복장은 국민의 대표로서의 최소한의 의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았다. 막중한 국사를 논의하는 장소에 가벼운 외출 스타일 의복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그만큼 고정관념의 힘은 센가 보다.

10여 년 전에도 그랬다. 어느 의원이 첫 등원할 때 캐주얼 콤비 상의에 티셔츠 그리고 흰색 바지를 입고 나타나자 신선하다는 여론과 함께 빗발치는 비난에 결국 다음날 넥타이를 맨 정장 차림으로 선서를 한 적이 있었다. 그로부터 십수 년, 길지 않은 기간이었지만 우리 국민과 사회의 의식, 가치관, 하나의 현상을 바라보는 눈길은 더없이 다양해졌다. 그와 동시에 시각의 편차가 여전함을 확인시켜 주었다. 다만 종래의 인습을 깨는 복장에 대한 긍정의 평가가 크게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의원 복장 같은 상황에 대한 관심과 이런저런 코멘트 자체가 이제는 별 의미 없는 소모적인 논쟁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예전 두루마기를 입고 수염을 기른 의원에 쏠렸던 각별한 관심도 이제는 그때 같지 않을 것이다. 각자의 복장은 자신의 판단과 책임 소관이고 설혹 그 차림새가 특이하고 일부의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그냥 그런가 보다, 저런 옷차림으로 국회에 오기도 하는구나 하면서 일과성 차원으로 넘기는 여유가 필요하다. 요컨대 종전과 다른 옷차림을 향한 상반된 시각을 어느 것이 옳다 그르다 또는 그 모두를 싸잡아 비난하는 양비론에 기댈 일이 아니다. 옷차림 보다는 그 옷을 입고 얼마나 활동적으로 움직이면서 생산적이고 참신한 의정활동을 하는가, 옷차림의 개성만큼이나 독창적으로 일을 하는지를 따져야 하지 않을까. 이제 국회의원이라는 직책에 가해진 종전의 이미지나 인상, 이러저러한 관념을 새롭게 정립해야 할 때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자전거로 등원하고 손수 커피를 타마시며 권위를 내려놓는 북유럽 나라 의원들처럼 실질적이고 전향적인 의원상이 자리 잡도록 격려하고 채찍질해야 할 이즈음이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명예교수,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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