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환철 대전·세종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2005년은 국내 벤처캐피탈 업계에 한 획을 그었던 해로 기억된다.

당시 IMF 외환위기를 극복하기는 했지만, 벤처 버블을 겪으면서 투자가 급격히 위축되고 경기는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에 정부는 부동자금을 실물경제로 돌리고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늘린다는 복안을 가지고 ‘벤처기업 활성화 대책’이라는 고육책을 내놓는다.

이중에 이름도 생소한 ‘모태펀드(Fund of Funds)’가 있었다.

모태펀드란 실제 기업에 투자하는 ‘자(子)펀드’에 투자하는 ‘모(母)펀드’를 정부가 조성하고 이를 벤처캐피털에 출자하는 방식으로 벤처기업에 자금을 간접 지원하는 방식이다.

최소 7~8년 수명을 가진 벤처펀드의 특성을 고려하면 그 전까지 정부 주도로 하던 단년도 회계방식의 직접 투자방식보다는 간접 투자방식이 더 적합하다는 판단에서 모태펀드는 탄생했다.

모태펀드를 통해 간접투자를 하면 펀드 존속기간도 길어져 경기의 부침에 제약을 받지 않을 수 있고 회수한 재원을 다시 재투자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2005년 6월에 ‘모태펀드’를 결성하고 이를 관리할 투자관리전문기관으로 ‘한국벤처투자’를 출범시킨다.

모태펀드는 지난 6월 기준으로 조성금액은 5조 6000억원, 투자금액은 19조 5000억원으로 성장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기간산업으로 역할을 했던 자동차·플랜트 등 전통방식의 제조기업과 고객을 대면하는 소상공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비대면·디지털 관련기업과 위생방역·바이오·의료분야 기업의 매출과 고용은 오히려 성장했다.

투자펀드도 비대면·디지털기업과 바이오·의료 분야에 대한 투자수요가 급증했다.

최근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스마트대한민국펀드’는 한국판 뉴딜의 핵심 사업으로 비대면·바이오·그린뉴딜 3가지 분야에 집중투자하기 위해 만들어진 모태펀드다.

정부에서 모태펀드에 출자한 후 민간자금을 모집하는 매칭방식으로 올해부터 매년 1조원씩 2025년까지 총 6조원 규모로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30년 기한으로 첫발을 떼고 올해 반환점을 돈 모태펀드를 통해서 최근 5년간 투자받은 3339개 기업을 성과를 분석해 보니 투자 전년대비 4만 8000개 신규 일자리가 생겨나서 벤처투자금 10억원당 4.2개, 기업당 14.4개의 일자리를 창출한 효과를 나타냈다.

이런 성과를 보면 당시의 어려움에서 어떻게든 빠져나오고자 하는 절박감에서 나온 신의 한수였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 모태펀드를 통해 조성되는 ‘스마트대한민국펀드’ 역시 비대면·디지털·바이오 분야의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에게 과감히 투자함으로써 코로나19를 돌파하기 위해 정부가 추진하는 한국판 뉴딜을 선도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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