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영 ETRI 휴먼증강연구실 연구원

최근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사회의 고령화에 따라, 신체 능력의 저하 및 노화로 인해 생활에 어려움을 겪으시는 노인들의 수가 급증하고 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인간의 신체적인 능력은 다양한 방향으로 노화가 진행되는데 그중 최근에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분야는 바로 ‘근쇠약(sarcopenia)’이다. 보통 사람의 근육량은 70~80세가 되면 젊은 시절에 비해 30% 이상이 감소 된다고 한다.

이러한 근육·근력의 감소를 근쇠약 증상이라 하며 일상생활 및 활동·보행 등 다양한 방면의 장애를 유발하기에 질병코드로 등록되는 등 그 심각성은 여러 분야에서 점차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요구에 따라 필자도 기술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는 짧은 시간이지만 수학 기간 내내 노인들의 생활에 도움을 주는 연구를 하고 싶었다.

대학원 시절에는 교수님, 선·후배 연구원들과 함께 근쇠약 노인들의 일상생활 영위를 돕기 위한 착용형 외골격 로봇을 개발에 참여한 적이 있다. 현재는 ETRI 휴먼증강연구실에서 진행하는 연구과제 중 한 방향으로 근육에 미세한 전류를 인가해 쇠약이 진행된 근육의 효율성을 높여주고 길게는 쇠약을 예방할 수 있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밤낮으로 연구원 선배님들과 함께 연구에 매진해 해당 분야의 기술 발전에 나름 기여 할만한 연구 성과도 이루었다. 지난 2년 동안 임상시험도 진행해 효과성도 입증할만한 결과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연구 성과들과는 별개로 본 연구와 같은 생활 밀착형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항상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생각이 있다. ‘과연 내가 개발한 기술이 실제 노인분들의 생활에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다. 기술의 진보성 및 독창성과는 별개로 개발된 기술이 실제 도움이 필요한 분들에게 적용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확률로 예상치 못한 문제가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보행 운동 보조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하였는데, 실제 노인분들은 전혀 예상치 못한 바닥에서 앉은 상태에서 일어나는 동작을 보조해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경우가 대표적인 예이다.

연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이와 같은 상황에 봉착하는 경우가 필자뿐만은 아닐 것으로 생각한다. 어떤 경우에는 과제의 목적성에 맞춰 또는 기술의 진보성 및 독창성에만 몰두해 그 기술이 얼마나 대단한 기술인지와는 별개로 가장 중요한 점인 실제 그 기술을 사용하고자 하는 대상의 요구 사항을 만족해야 데에 소홀해지는 것이다. 이는 필자가 속한 연구팀이 실제 기술을 사용하게 될 대상자들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진행하며 겪은 일이기도 하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실생활에 가까운 정말 실생활에 필요로 하는 기술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그만큼 원천기술의 상용화는 멀고도 험하다. 그래서 상용화 성공의 과정에는 ‘죽음의 계곡’이라 일컬어지는 말이 태어났나 보다. 연구를 수행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지만 주의하지 않으면 소홀해지기 쉬운 점인 것 같다. 누구를 위한 어떤 연구를 해야 하는가.

우리는 기술을 위한 연구를 하고 있지는 않은가. 어느 곳에서 어떤 연구를 하던 앞으로는 보다 많은 사람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연구를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그래서 따뜻한 ICT 구현으로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드는데 작은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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