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소비자의 칼 끝은 기업을 겨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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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소비자의 칼 끝은 기업을 겨누고 있다
  • 이심건 기자
  • 승인 2020년 08월 05일 19시 30분
  • 지면게재일 2020년 08월 06일 목요일
  •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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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심건·대전본사 취재1부 beotkkot@cctoday.co.kr

"우리가 저녁 식사를 기대할 수 있는 건 푸줏간 주인, 술집 주인, 빵집 주인의 자비심 덕분이 아니라 자기 이익을 챙기려는 그들의 생각 덕분이다."

경제학의 아버지라 칭송되는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에 나오는 구절이다. 국부론에서 가장 특징적인 이론은 '보이지 않는 손'이다.

대학교에서 경제학 개론을 수강할 때 각자가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면 사회 전체의 후생도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저절로 극대화된다고 짤막하게 배웠다.

짤막한 설명은 기억하기에는 좋았다. 다른 사람은 보이지 않는 손이 알아서 챙겨줄 테니, 오직 나의 이익만 극대화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최근 점점 이 생각이 흔들리고 있다. 근래 소비자들은 자신만의 이익뿐 아니라 사회적인 가치와 의미 등을 생각하는 이른바 '착한 소비'를 펼치고 있어서다.

소비자들은 마트에서 오뚜기 라면을 고른다. 오뚜기는 시식 판매 직원도 정규직으로 고용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갑질 논란'이 있었던 남양유업의 유제품은 먹지 않는다. 대신 가맹점과의 상생 원칙을 지킨다는 이디야 커피를 마신다. 사회적 신념을 패션 소품에 투영하기도 한다.

위안부 할머니를 후원하는 마리몬드 가방을 구매해 사용하고, 신발을 구매할 때마다 아프리카 어린이에게 신발을 선물한다는 탐스 슈즈를 신는 것도 그 예다.

소비자들이 자신의 불편함과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배경에는 그동안 기업들이 맹목적으로 이윤을 추구하면서 환경오염, 갑질 문제, 특권주의 등 각종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 부분이 크다.

소비자들의 착한 소비로 인해 기업들도 사회적 책임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 그렇지 못한 기업도 있다.

하이트진로는 박문덕 회장의 조카·사촌 등이 지분을 보유한 송정·연암·대우컴바인·대우패키지·대우화학 등 5개 계열사를 8년간 신고하지 않다가, 지난해 공정위 지적을 받고서야 알렸다.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은 자신의 이익밖에 모르던 수많은 사람들은 이 말로부터 큰 위로를 얻었을 것이고, 양심의 가책도 스스로 면했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경제활동이 오직 이기심에 의해 결정돼야 가장 바람직하다고 한다면 그것은 애덤 스미스에 대한 극단적인 왜곡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소비자들은 착하다.

어차피 소비를 할 것이라면, 가치에 맞거나 사회에 의미 있는 소비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한다. 아직 변화의 움직임을 감지 못한 기업은 변화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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