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수 ㈜제이비컴 대표이사

OECD가 공개한 소득분배지표(2009-2011년 기준)에 따르면 전체국민의 평균소득대비 66~75세 노인들의 가처분소득 비율은 한국이 62%로 OECD 32개국 중 가장 낮으며, 상대적 소득수준은 50대에 전체 평균보다 높지만 60대로 접어들면서 급격히 떨어지는 양상을 보인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은퇴 후 설계, 노후 설계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재(財)테크와 관련된 것이다. 금융상품으로 100세 보험이 이미 나왔으며 5억이 필요하다느니 10억이 필요하다느니 하여 퇴직 뒤 인생 준비를 오직 경제 문제로만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재테크와 더불어 반드시 준비해야 할 것은 건(健)테크이다. 오래 산다는 것은 그저 양적으로 오래 사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다. '9988'이란 말이 있다. 연말 술자리에서 많이 쓰는 건배사 중 하나로 99세까지 88하게 살자는 내용이다. 요즘 여기에 새로운 버전이 있다. '9988234'이다.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2,3일 고생하다 죽는 삶이 최대의 행복이라는 뜻인데 대체로 공감하는 말이다.

재테크와 건테크는 모두가 노후를 위해 꼭 필요한 준비물이다. 두 가지 보다 더 중요한 것이 job테크라고 할 수 있다. 60세에 정년하고 60년 이상 건강하고 돈만 있다고 행복할까? 결론은 "아니다" 이다.

우리 사회가 물질만능주의에 빠져 있다 보니 노후 준비도 재테크에만 맞춰져 있는데 이것만이라면 삶 전체가 불행해질 가능성이 있다. 직장인 대상 설문결과에 따르면 한국 사람이 중산층으로 생각하는 기준은 부채 없는 아파트 30평 이상 소유하고 월 급여 500만원 이상, 자동차는 2000cc급 중형차 소유, 예금액 잔고 1억원 이상 보유, 해외여행 1년에 한 차례 이상 다닐 것 등이라고 한다.

프랑스 퐁피두대통령이 '삶의 질'에서 정한 프랑스 중산층 기준은 외국어를 하나 정도는 할 수 있어야 하고, 직접 즐기는 스포츠가 있어야 하고, 다룰 줄 아는 악기가 있어야 하며, 남들과는 다른 맛을 낼 수 있는 요리를 만들 수 있어야 하고, 공분에 의연히 참여할 것, 약자를 도우며 봉사활동을 꾸준히 할 것 등이다. 우리와는 분명 큰 차이가 있다.

현재 우리는 job테크에 대해 준비가 없고 그 중요성도 간과하고 있다. 어느 평범한 노인이 95세가 되어 생을 뒤돌아보며 쓴 내용의 글에서 우리는 퇴직 후 삶에 대하여 조금이나마 알 수 있다.

"바로 나는 젊었을 때 정말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 결과 65세 때 당당한 은퇴를 할 수 있었죠. 그런 내가 30년 후인 95살 생일 때 얼마나 후회의 눈물을 흘렸는지 모릅니다. 내 65년의 생애는 자랑스럽고 떳떳했지만, 이후 30년의 삶은 부끄럽고 후회되고 비통한 삶이었습니다. 나는 퇴직 후 "이제 다 살았다. 남은 인생은 그냥 덤이다."라는 생각으로 그저 고통 없이 죽기만을 기다렸습니다. 덧없고 희망이 없는 삶… 그런 삶을 무려 30년이나 살았습니다. 30년의 시간은 지금 내 나이 95세로 보면… 3분의1에 해당하는 기나긴 시간입니다. 만일 내가 퇴직 할 때 앞으로 30년을 더 살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난 정말 그렇게 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때 스스로가 늙었다고, 뭔가를 시작하기엔 늦었다고 생각했던 것이 큰 잘못이었습니다. 나는 지금 95살이지만 정신이 또렷합니다. 앞으로 10년, 20년을 더 살지 모릅니다. 이제 나는 하고 싶었던 어학공부를 시작하려 합니다. 그 이유는 단 한 가지… 10년 후 맞이하게 될 105번째 생일 날! 95살 때 왜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았는지 후회하지않기 위해서 입니다"

언제까지 일하며 살 것인가? 노후를 준비하면서 고민하고 실천해야 할 진정한 문제는 job테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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