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 대부분 ‘7·80대’ 고령층…무더위에 마스크 착용 힘겨워
“잠깐만 써도 어질어질하다”…코로나 확산세에 손님도 뜸해

▲ 22일 5일장이 선 청양전통시장. 장터 상인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조선교 기자
▲ 22일 5일장이 선 청양전통시장. 장터 상인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조선교 기자

[충청투데이 조선교 기자] “여기 봐봐, 전부 칠십, 팔십이여. 마스크 쓰고 있으면 픽픽 쓰러져. 지금도 힘이 드는데 손님 올 때나 꺼내 써야지.”

22일 오후 2시경 찾은 예산 삽교읍 5일장. 장에서 만난 김모(79·여) 씨는 이같이 토로했다.

충청권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 중인 가운데 33도를 웃도는 불볕더위까지 찾아오면서 고령의 장터 상인들이 삼중고를 겪고 있는 모습이다.

김 씨를 비롯해 이날 장에 나선 10여명의 상인들은 모두 마스크를 턱에 걸치거나 주머니에 넣어두고 있었다. 방역에 소홀하다기 보단 손님이 없었기 때문이다. 30여분 남짓한 시간 동안 장을 지나간 손님은 한두 명에 불과했고 일부 상인은 그때마다 마스크를 꺼냈다.

도로 바깥쪽으로 아무런 시설 없이 깔린 좌판 옆에 쪼그려 앉자 아스팔트 지열로 인해 금세 기자의 얼굴에도 땀이 맺혔다.

김 씨는 “마스크를 잠깐 쓰고 있으면 어질어질하다. 그냥 있어도 덥다”며 “더운 데다가 코로나도 계속 터진다니까 손님도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같은날 오후 3시경 장터 상인 70여명이 골목을 메운 청양전통시장에선 절반 가량의 상인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마스크를 착용한 채 야채를 팔던 이만순(65·여) 씨는 “여기 시장은 지붕도 있고 해서 조금 더 시원하다”면서도 “마스크를 하면 숨이 턱 막힌다. 그래도 어쩔 수 없지 않겠냐”라고 말했다.

그러나 골목을 벗어나 지붕이 없는 곳에선 더위를 참지 못한 상인들이 마스크를 턱에 걸쳤고 연신 부채질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무더위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을 경우 심박과 호흡 수, 체감 온도가 상승하는 등 신체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영향에 고령층은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다.

폭염이 장기간 지속됐던 2018년의 경우 도내에선 총 252명(질병관리본부·2명 사망)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으며 전체 질환자 중 29.76%가 65세 노인으로 집계된 바 있다.

장터 상인들이 대부분 고령층에 속하는 만큼 대책이 요구되지만 뚜렷한 해법은 여전히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특히 장터 상인들에 대한 정확한 생활 속 거리두기 기준이나 메뉴얼이 마련되지 않으면서 일부 상인들의 혼란까지 초래하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청양시장에서 만난 장모(43) 씨는 “실외에서 2m 이상 거리두기를 할 수 있으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게 좋다고 하는데 손님이 올 때만 써도 되는 것이냐. 아니면 계속 쓰는게 맞냐”라며 “이런 더위에 마스크를 계속 쓰긴 힘들 것“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조선교 기자 missio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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