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준 충남도서관장

사전적 의미로 도서관은 온갖 종류의 도서, 문서, 기록, 출판물 따위의 자료를 모아 두고 일반이 볼 수 있도록 한 시설을 말한다. 흔히들 도서관하면 많은 책들과 공부를 하는 공간으로 인식하던 것이 20세기의 도서관 모습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의 도서관은 사전적인 의미에서 한발 더 나아가 복합문화공간으로 진화하고 발전돼 많은 시민들이 생활 속에서 도서관을 이용하고 있다.

과거의 무수한 삶의 지혜가 녹아들어간 자료를 통해 시공간을 초월한 간접적인 경험을 할 수 있는 도서관 이용이 이제는 우리 삶의 일부분이 되어 문화생활을 영위하는 현대인의 필수 공공시설이 된 것이다. 이런 공간의 사용을 통해 생애주기별로 평생 교육을 할 뿐 아니라 지역사회의 소통의 공간으로 거듭남으로써 많은 시민들이 도서관에서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며 자신의 삶의 질을 풍성하게 하고 있다.

세대간의 소통이 단절된 시대라고 말하는 요즘에 모든 세대 즉, 영유아부터 어르신들까지 함께 아울러서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은 도서관만한 것은 없을 것이다. 흔히들 복지를 말할 때 인용하는 영국의 베버리지보고서의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어구를 많이 인용한다. 그렇다면 지식과 정보 그리고 문화에 대한 사회복지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바로 도서관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현대사회는 나날이 급격한 변화로 정신적 사막을 이루는 인간소외의 위협을 가져오고 있으며, 산업구조의 다원성이 확대되어감에 따라 근로와 여가는 시간적으로 구별되어 생산성의 제고와 더불어 여가 시간이 늘어가고 있다. 또한 인간생활에 필요한 정보의 생산 및 처리, 전달하는 방식에 있어 과학의 발달로 비약적인 발전을 하고 있다.

이런 현대사회에서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의 상호작용을 위한 평생교육의 필요성이나, 인간소외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모든 개인은 실존의 의의와 자기 밖의 세계와의 관계를 앎에 있어서 자신을 옳게 재정립해야 하는 문제나 단순히 먹고 사는 문제에서 벗어나 지적인 충만과 영혼의 자유로움을 위한 의식의 힐링이 필요하다.

그럼 이러한 치유의 공간이 우리 사회의 공적인 공간에서 필요한 것은 자명한 일이며 이런 역할을 수행하는 물리적 공간은 어디가 되어야 하는 것인가. 정답은 우리 주변에 가까이 있는 도서관이 아닌가 생각한다. 삶이 지치고 힘들 때 도서관이라는 지적 힐링의 물리적 공간에서 대화하고 소통하고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는 장소이다.

한자의 쉴휴(休)를 보면, 사람이 나무에 기대고 의지하고 있는 모양의 상형글자이다. 그렇다 현대의 모든 사람들이 도서관이라는 유형물에 자신을 의지하고 기대어 책을 통해 삶의 충전소로 활용한다면 현대사회에서 개개인들이 고민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큰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옛날 옛적의 우리 선조들이 누각이나 정자에서 책도 보고 여흥도 즐기면서 힐링을 하였듯이 이제는 현대인들도 도서관을 이런 공간으로 활용하였으면 한다. 열심히 하루 하루를 생활한 나 자신만을 위하여서 뿐 아니라 사람을 만나서 토론하고 다양한 생각을 나누고 싶을 때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여 휴식과 힐링의 여유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내일이라는 미래를 자신에게 선물하는 것이라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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