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엔디컷 우송대 총장

필자가 태어나고 자란 미국 오하이오주(州) 신시내티는 한국 야구팬들에게는 메이저리거 추신수 선수가 2013년에 몸담았던 신시내티 레즈의 연고지로 기억되는 도시일 것이다. 하지만 올해는 아쉽게도 미국 메이저리그 경기를 볼 수 없었다. 미국의 독립기념일인 7월 4일에 경기가 재개된다고 하니 일말의 희망을 품어본다.

요즘 필자에게 큰 위안은 한국의 프로야구 10개 구단이 수준급의 경기를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도시 곳곳의 야구장에서 경쾌한 타격음과 치어리더들의 응원 소리, 음악 소리가 들려오는 것이 얼마나 반가운지 모른다. 물론 관중들 없이 열리는 경기라 그 뜨거운 함성소리를 들을 수는 없지만 말이다. 그러나 야구경기 중계방송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대전에 사는 우리 부부가 응원하는 팀은 당연히 한화 이글스다. 지난 5월 17일의 경기는 특별히 인상적이었다. 11회 말, 끝내기 안타나 홈런을 기대하던 우리 부부는 한국 프로야구역사에 기록될만한 진귀한 승패의 순간을 보게 되었다. 2사 만루의 상황, 롯데 자이언츠의 투수가 3루 주자를 견제하는 척 투구 동작을 취하다가 포수에게 공을 던졌다. 그런데 갑자가 중계진이 흥분하며 우리가 알아듣지 못하는 한국말을 연신 내뱉는 것이 아닌가.

“보크(balk)다! 경기가 끝났어. 한화가 이겼군!” 필자는 외쳤다. 확인해보니 정말 보크가 선언됐다. 결국 경기는 보크 덕분에 한화 이글스가 5대 4로 승리했다.

야구라는 경기는 힘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규칙을 지켜야 한다. 야구가 매너의 게임인 것이 바로 보크와 같은 규칙이 있기 때문이다. 야구시즌에는 한 팀이 상대팀과 2연전 또는 3연전을 펼치기도 한다. 그래서 배려 없는 경기, 기만행위에는 바로 보복이 따를 수 있다. 야구의 매너는 그렇게 만들어져 왔다. 10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메이저리그에서도 승패를 가른 끝내기 보크는 단 21번뿐일 만큼 드물다.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이번이 7번째 끝내기 보크로 기록됐다.

승부를 겨루는 모든 스포츠가 그렇지만 야구야 말로 인생이라는 드라마, 냉정한 비즈니스, 뜨거움과 차가움이 공존하는 세계이다.모든 선수들이 주목을 받을 수 있고 많은 규칙을 지켜야 하며 상대를 배려해야 한다.

코로나사태로 힘들고 답답하고 지쳐있는 우리에게 한국의 프로야구는 즐거움을 주는 동시에 중요한 것을 일깨워준다. 규칙을 위반했을 때 따르는 대가가 생각보다 클 수 있다는 것,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하면 승리를 쟁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노력과 마음들이 포기하지 않고 계속되다 보면 어느새 우리는 코로나를 이겨내고 야구장에서 자신이 응원하는 팀을 위해 소리치고 있을 것이다.하루빨리 그런 날이 오기를 기원하며 다시 한번 한국 프로야구에 찬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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