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에 용변 봤다는 이유로 더 작은가방에 다시 감금

[충청투데이 조선교 기자] <속보>=의붓어머니가 7시간 넘게 여행용 가방에 가둬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된 9세 아동이 끝내 숨졌다. <3일자·4일자 4면보도>

4일 충남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3일 오후 6시30분경 천안 소재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A(9) 군이 다장기부전증으로 인한 심폐정지로 사망했다.

앞서 A 군은 지난 1일 오후 7시25분경 천안 서북구 거주지에 있던 여행용 가방(가로 44㎝·세로 60㎝) 안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후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3일간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고 끝내 숨을 거뒀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A 군의 시신 부검을 의뢰할 계획이다.

지난 1일 119구급대 등은 의붓어머니 B(43) 씨의 신고로 A 군을 발견했으며 경찰 조사 결과 B 씨가 A 군을 7시간 넘게 가방에 감금한 것으로 드러났다. B 씨는 A 군을 가로 50㎝·세로 71.5㎝ 크기의 여행용 가방에 가둔 뒤 3시간 가량 외출했고 이후 A 군이 가방에 용변을 봤다는 이유로 더 작은 가방(가로 44㎝·세로 60㎝)에 다시 감금한 것으로 파악됐다.

A 군이 병원으로 이송된 뒤 B 씨는 경찰과 면담에서 “(A 군이) 장난감을 고장 낸 뒤 고장내지 않았다고 거짓말해 훈육 목적으로 아이를 여행용 가방에 들어가게 했다”고 설명했다.

B 씨는 지난 1일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긴급 체포된 데 이어 이틀 뒤 구속됐으며 이날 A 군이 사망함에 따라 아동학대치사 혐의가 적용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B 씨가 이미 지난해 10월부터 A 군을 학대한 것으로 파악되면서 이에 대한 경찰의 재수사도 이뤄질 예정이다.

A 군은 어린이날인 지난달 5일에도 머리를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며 이 과정에서 의료진이 학대 정황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지난달 21일과 24일 각각 이뤄진 경찰 조사에서 B 씨와 친부는 A 군을 폭행한 사실을 인정했으며 “아이가 말을 듣지 않아 때렸다. 훈육 방법을 바꾸겠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친부를 상대로도 폭행 가담 여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A 군에 대한 관계자들의 진술 내용에 따라 지난해 10월부터 학대가 있엇던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앞서 사건이 진행 중이던 상황에 A 군이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 A 군이 친부 등과 떨어져 지내겟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아 분리 조치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안타까움이 있다”고 말했다.

조선교 기자 missio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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