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희 ㈜대원 전무이사(수필가)

아들이 돌아왔다. 절집 같은 집안에 봄물이 든 듯 화색이 돈다. 아들은 직장생활을 서울에서 하고 있어 주말에 내려오곤 한다. 이번엔 두 달 만의 상봉이다. 코로나19로 사람이 두려운 나머지 집에 올 엄두를 내지 못한 것이다. 방안에 혼자 재택근무를 하니 심신도 말이 아니란다.

정녕 익숙한 것들과 결별할 때인가. 미래가 예전 같지 않다는 걸 예견한다. 사회적 거리 두기는 묵시록적 고백인 듯싶다. 집 밖을 나서는 것이 두려워 본가로 내려오지 못하는 자녀들이 많다니 참으로 통탄할 일이 아닌가. 다수가 모인 밀폐공간인 비행기도 안전하지 않아 해외여행도 두렵다. 군중이 모이는 문화 예술 공연도 그렇고, 산행 중에도 사람을 피하는 모습이다. 생활 속 거리 두기 때문이다.

평소 즐겼던 것들이 그립다. 몸 안에 세포들이 기억하는가. 밤이면 온몸이 쿡쿡 쑤시는 듯 온전치 않다. 조용한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가부좌를 틀고 앉아 하루를 돌아보는 명상의 시간이다. 더불어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온몸의 근육과 말초신경까지 건드려 주다가 여러 달 멈추니 불편한 징후가 보인다. 몸은 참으로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저녁마다 아파트 단지 내 요가를 수년째 꾸준히 한 덕분이다. 헬스와 요가 등 주민들이 모이는 공간도 코로나로 폐쇄되어 열릴 줄을 모른다.

어디 그뿐이랴. 각종 모임을 나가지 못한 지가 두 달이 넘는다. 그리운 얼굴들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온 천지가 빛나는 신록으로 출렁거리는데 세계는 아직도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로 들썩거린다.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에는 글공부가 열리는 날이다. 고민 끝에 SNS 그룹 콜로 회원들을 불러 작품을 읽고 의견을 나누며 글공부를 마친다. 우리의 행위를 본 사람들은 극성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뭐길래, 우리의 일상을 사사건건 제한하느냐?' 라는 반발심도 생긴다.

정녕 좋은 시절은 지나간 것인가. 평범한 일상이 기억 속 나날로 잊히고 돌아오지 않는다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인의 생일 축하 번개도 마음대로 치지 못하고, 직장의 단체 회식도 당분간 없다. 보고 싶은 이에게 만나자고 전화할 때도 주춤거리게 된다. 사람이 많은 단체 활동이나 모임은 점차 사라질지도 모른다.

보통의 날들이 그립다. 일상의 그날이 그리워질 줄 누가 알았으랴. 방랑 세포가 꿈틀거려 산사로 바다로 달려가던 날들을 꿈꾼다. 지인의 얼굴을 마주 보고 차도 마시며 맛있는 수다를 떨고 싶다. 하지만, 지금은 너나없이 행동의 절제가 필요한 시기이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이 사태를 잘 견뎌내야만 하리라. 보통의 그 날이 오길 두 손 모아 간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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