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혜경 괴산군 아동드림팀장

휴일 오후, 심술을 부리던 꽃샘추위가 물러간 것 같아 따스한 햇살과 부드러운 공기를 맞으려고 베란다 창을 열었더니 놀이터에서 뛰어 노는 아이들의 '까르르', '왁자지껄' 웃고 떠드는 소리가 먼저 반겨준다. 그동안 짓궂은 날씨와 감염병으로 집안에만 갇혀 있던 아이들이 모처럼 나와 즐겁게 놀고 있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5월 5일까지 연장됨에 따라 괴산군을 비롯한 전국 지자체 대부분이 어린이날 행사를 취소하고 있다.

제98회 어린이날을 앞두고 소파 방정환 선생은 어린이날 행사가 취소돼 아쉽지만 '어린이의 인격을 존중하고 행복을 키워주어라'라며 흐뭇하게 웃고 계시리라.

1922년 소파 선생은 어린이를 새싹으로 보고 새싹이 돋아나는 5월 1일을 어린이날로 정한 뒤 어린이 권리를 위해 앞장서왔다.

일제강점기와 광복을 거치면서 어린이날은 5월 5일로 변경돼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어린이날 제정 후 100년 가까이 지난 지금, 어린이의 권리는 그야말로 눈에 띄게 신장됐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바뀐 세상에서 아이들은 놀 권리를 빼앗기고 있다.

어린 시절 학교운동장, 개울가, 친구 집에서 하루 종일 신나게 놀았던 기억이 난다. 수많은 어른들이 비슷한 추억을 갖고 있을 텐데 어찌된 일인지 요즘에는 아이들이 노는 것을 가치 없는 일이라 보는 것 같다.

오히려 예전에 놀이였던 것을 '사교육'이란 이름을 붙여 공부로 만들어 놓고, '이게 다 너를 위해서야', '공부나 해' 란 식으로 아이들의 권리를 빼앗은 것은 아닌가 싶다.

미국의 철학자 에리히 프롬은 '만약 아이들이 병들었다면 그것은 아이들이 맘껏 놀지 못한 것에 대한 복수'라고 했다. 어른들은 아이가 충분히 쉬고 놀 권리를 회복시켜 그들의 복수를 막아야 한다.

최근 많은 지자체가 어린이의 권리 보호를 위해 다양한 시책을 추진하고 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괴산군에서도 어린이의 놀 권리 보장을 위해 적극 힘쓰고 있다. 계절별 캠프 운영, 치즈마을 체험, 영화 관람, 자연 속에 있는 나 놀이, 행복교육지구 공모사업 운용, 어린이 인권교육,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 조성·인증 추진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프로그램 운영과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시책들이 당장 어린이의 인권을 급격히 신장시킬 수는 없지만 문제 인식과 개선을 향한 그 첫걸음으로서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어린이날'을 치면 나오는 '선물, 선물추천, 행사'란 단어로 알 수 있듯이 올해도 수많은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선물을 안겨줄 것이다. 선물도 좋지만 우리 새싹들이 티 없이 맑고 순수하게 맘껏 뛰놀고 걱정 없이 자라도록 옆에서 힘을 보태주면 우리 아이들이 더 건강하고 큰 나무로 자랄 것이다.

온 땅에 새싹이 돋아나는 계절! 새싹을 틔우는 마음으로 어린이날을 만든 소파 방정환, 그의 사랑스러운 속삭임이 바람을 타고 들려오는 듯하다.

"새싹이여 돋아나라! 새싹이여 돋아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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