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희 강동대학교 교수

월악 나루에서 송계 길 따라 소와 담, 쏟아지는 물, 울창한 나무와 숲 따라 오르면 닷돈재에 이르고 하늘재와 지릅재 사이 천년의 고찰 터 미륵사지가 나온다. 사지에 이르면 입구에 연꽃이 새겨진 둥근 당간지주, 받침의 좌대, 당간, 지주의 부분 부분이 부러진 것을 한데 쌓아 놓은 흔적이 있다.

본디 그 자리에 있던 거대하고 큰 바위를 다듬어 만든 돌거북은 머리 부분이 용의 모습이고 머리에 둥근 눈, 너부죽 하게 다문 입, 조그맣게 뚫린 콧구멍 등이 사실적으로 표현돼 살아있는 거북처럼 만세의 세계를 상징하는 듯 하다. 귀갑문을 조각하지 않고 가운데 네모지게 비좌를 파 올려 놓은 비신은 없어지고 흠만 있어 비신이 새겨져 있을 미륵사지의 역사가 그리워진다. 거북의 왼쪽 어깨쯤에 밟고 올라가라는 듯 사다리 네칸이 파 있고 그 아래 조그마한 거북이 두 마리가 앙증맞게 어미 등을 기어오르는 모습으로 새겨져 있는데 발을 짧게 조각, 힘있게 빼올린 목덜미와 앞을 똑바로 바라보는 눈, 낙천적인 입 등이 자신있게 걸어 나가는 모습이다.

이 거북 바로 위 보물 제95호인 5층 석탑이 신라 양식을 이은 고려 초기의 것으로 오랜 세월 속에 폐허된 사지를 지켜와 망가진 구조와 조성연대를 알아 볼 수 없이 서 있다. 석탑의 특징은 다른 탑에 비해 기본 면석에 우주 탱주가 없으며, 기단도 1층으로 약화된 모습을 하고 있다. 1층 기단에 5층 탑신 상륜부 위에 노반과 북발, 철재 찰주가 남아 있는데 이는 보기 드문 일이다. 옥신에 비해 옥계가 짧아 날씬한 인상을 주지 못하는 불균형한 모습으로 높이 6m 둘레 4m의 화강암 탑이다.

탑 바로 위에는 지방문화재 제19호인 석등이 있다. 이 팔각 석등은 중판에 복련을 세긴 하대석과 아무장식 없는 간주석, 양련을 새긴 상대석, 사면에 화창이 뚫린 화사석과 지붕돌이 모두 8각으로 되어 있다, 지붕돌 위에 팔각 받침을 두고 연꽃 봉우리 모양의 보주를 얹었다. 고려 초기의 석등은 뒷면이 시원스럽게 파 내려 가다가 모서리가 살짝 들린 지붕을 비롯해 전체적으로 균형 잡힌 세련된 편으로 높이가 2.3m이다.

석등을 지나 남쪽 바로 앞에 보물96호인 석불입상이 높이 9.8m의 거구로 북쪽을 향하고 서 있다. 머리는 나발이며, 그 위에 8각의 개석을 조립해 하나의 석불로 조성했는데 모습이 하나의 돌로 조각한 듯한 모습이다.

불상 뒤로 커다란 돌이 하나 떨어져 있다. 돌을 들면 그 밑으로 계곡에서 흐르는 물 한줄기를 본존불 밑으로 흐르게 한 장치로 보이며, 이는 주실에 온습도를 조정한 물의 흐름이 아닌가 한다. 주실의 형태와 주초석을 종합해 볼 때 정면 3칸 측면 1칸의 건물이었을 것이라고 추측된다.

미륵불에서 내려와 탑 옆으로 작은 석등과 사지터가 있으며 하늘재 쪽으로 3층 석탑과 사지터가 넓게 있어 제법 규모가 큰 사찰로 1970년 발굴 조사 당시 미륵당 원주 '명창3년 대원사 주지 승 원명'이라 적힌 기와 등이 나와 미륵사지가 미륵대원사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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