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가 송두리째 무너졌다. 상생의 선례로 남아야 할 '협약사업'이 불신의 아이콘으로 전락했다.

신서천화력발전소 건설이행협약사업을 둘러싼 한국중부발전과 서천군·지역민 간 파열음이 결국 표출되고 말았다. 7년이 넘도록 착공은커녕 기본계획도 내놓지 못 하는 중부발전에 대한 울분이 터져 나온 거다. 지역민들은 중부발전의 협약사업이 '사기'라고까지 했고 서천군수도 더 이상 못 참겠다며 중부발전의 진정성을 거론했다.

협약사업은 중부발전이 신서천화력 1·2호기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스스로 제안한 것이다. 당시 발전소를 건설하기 위해선 주민동의가 반드시 필요했기 때문에 중부발전은 주민동의를 얻기 위해 적극적이었다. 그 산물이 바로 2012년 10월 24일 나온 신서천 1·2호기 건설이행협약이고 핵심은 발전소 주변 도로 확포장과 동백정해수욕장 복원 및 객실 300실 규모의 리조트 건립이다.

발전소 가동으로 훼손된 옛 지형과 자연을 복원해 지역민에게 환원하는 것에서 한 발 더 나가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전략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7년이 지난 지금, 이 같은 중부발전의 약속은 '사탕발림'이었다. 신서천화력발전소 건립이 약 80%의 공정률에 육박하는 사이 전략사업 추진은 착공은커녕 걸음마단계에 머물러 있다. 최초 협약 내용이 명확하지 않아 이를 정리하는데 4년이 걸렸다.

서천군과 중부발전이 공문만 주고받는 핑퐁게임을 하는 사이 지역민의 마음은 새카맣게 탔다. 이 7년의 허송세월 앞에 서천군과 중부발전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변명의 여지도 없다. 군 행정은 안일했고 중부발전 역시 시간을 끌며 지역민을 우롱했다.

지역민의 뇌리 속에선 20년을 끌었던 장항산단의 악몽이 소환된다. '또다시 물리적 행동으로 분노를 표출해야 하는 것인가'라는 자괴감이 밀려든다고 한다.

중부발전은 최선을 다 해 2023년까지 사업을 완료하겠다고 하지만 그간 중부발전이 보여준 실망스러운 모습들은 불신만 가중시켰다. 주민들 사이에선 이대로 가만히 있다가는 무슨 꼼수에 뒤통수를 맞을지 모른다는 우려 섞인 불안감이 감돌고 있다.

중부발전이 지역사회에서 불신의 아이콘으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상생하겠다며 직접 마련한 전략사업들이 '사탕발림'이 아님을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가시적인 성과물로 입증해야 한다. 주민의 불안감은 그간 켜켜이 쌓인 불신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서천군 역시 대응 체계를 바꿔야 한다. 협약의 주체로서 '7년의 허송세월'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만큼 TF를 꾸려서라도 '2023년 사업 완료'라는 미션이 완수될 수 있도록 행정역량을 모아야 한다.

불신 속에서 싹튼 씨앗은 결국 불행이라는 결실을 맺기 마련이다.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고 상생의 결실을 맺을 수 있길 간절히 바란다. 그 첫 단추를 채우는 것은 온전히 중부발전의 몫이다. 약속에 대한 책임이 담보돼야 신뢰가 회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노왕철·충남본부 서천담당 no850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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