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수 단국대 사학과 교수·전 충남역사문화연구원장

며칠 전 전국에서 59만여 명이 참가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끝났다. 정부는 고등교육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여러 분야에서 잠재력을 가진 학생들을 선발하기 위해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을 실시했지만, 최근 일련의 사태를 보면 학종 역시 여러 문제가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그 결과 올 한해 대한민국의 이슈 중 하나가 교육의 공정성 문제였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했다. 즉 먼 미래를 내다보고 크게 계획을 세워야만 그 시대에 적합한 인물을 배출할 수 있다. 근대전환기 내포에서는 김좌진, 윤봉길, 한용운 등 수많은 독립운동가를 배출했다. 내포에서 이러한 애국 열사들이 배출될 수 있었던 기저에는 애국계몽운동의 일환인 근대교육이 있었다. 내포지역 최초의 근대 교육기관은 1899년 한성재(韓聖才)가 해미읍성 남문 밖에 세운 사립학교였다. 이후 일제의 국권침탈로 국운이 기울자 전국적으로 근대교육을 통한 구국운동이 전개됐다. 내포에서는 기호흥학회를 중심으로 홍주의 홍명학교와 덕명의숙, 서천의 한명학교, 청양의 열성학교와 청무학교 등 50여 곳의 사립학교가 설립됐고, 야학도 10여 곳에 개설됐다.

올해는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된 지 100주년이 되는 해이며, 내포의 근대교육이 시작된 지 120주년이 되는 해이다. 최근 충남의 많은 지자체에서 청소년 대상 해외 독립운동 유적지 답사, 백일장, 역사콘서트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사업들이 비단 2019년 한해 일회성 행사로 끝나서는 안 된다. 미래의 100년을 준비할 새로운 교육이 필요하다. 정부대로 교육계획을 수립하겠지만, 충남의 정신을 발전하고 계승할 충남만의 교육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충남도가 (가칭) ‘3·1 평화운동 충남 백년의 집’은 매우 유의미한 사업이다. 독립운동을 대표하는 인물을 가장 많이 배출한 내포에도 이와 같은 시설이 반드시 필요하다. 내포지역의 독립운동과 교육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곳이 김좌진 장군이 세운 호명학교이다. 2007년 호명학교 건립 100주년을 맞이해 홍성군을 중심으로 복원 계획이 수립됐다.

그러나 관련 기록이나 유물 등이 대부분 멸실되고 학교 설립자와 학교터의 위치도 의견이 분분해 진전이 되지 않고 있다. 다행히 2017년 호명학교 부지에 대한 시굴조사에서 관련 건물지 등이 확인됐다. 2020년은 김좌진 장군의 청산리 전투 승리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김좌진 장군의 정신을 계승하고 내포의 독립운동을 홍보하기 위해 호명학교 복원과 더불어 내포의 역사문화와 독립운동 정신을 배양할수 있는 청소년 교육 공간 건립이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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