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지역인재 의무채용에도 사기업 채용은 ‘암울’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채용 의무화라는 결실이 빛이 바랠 위기에 처했다.

불확실한 경기전망으로 지역 내 기업들이 채용규모를 속속 줄이면서 지역인재 채용 의무화 효과를 상쇄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6일 지역 기업 채용 관계자들에 따르면 내년도 경기전망이 불투명해지자 지역기업들이 채용시장의 문을 닫고 있다.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과 같은 경영 애로사항들이 지역기업들의 채용 여력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이유다.

실제 대전세종인적자원개발위원회가 대전지역의 10인 이상 규모, 3512곳의 사업체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올해 3988명이었던 채용 규모는 2021년 1604명까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기업들이 현재 채용 규모 수준을 절반 이상 줄이겠다는 것이다.

내년 경기전망에 대한 기대치가 떨어지다 보니 기업 입장에선 신규 인력을 채용하기 부담스럽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채용 규모 축소는 중소기업뿐 아니라 비교적 규모가 큰 중견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지역 중견기업인 A기업은 지난해부터 공개채용을 실시하지 않고 빈자리를 채워 나가는 수시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그 규모도 지난해 하반기 15명에서 올해는 12명으로 줄였다.

A기업 관계자는 “내년 업계의 경기 전망이 불투명 하다 보니 부득이하게 채용 규모를 감축 할 수밖에 없다”면서 “내년 경기상황을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채용규모는 지금과 비슷한 수준이나 더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전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의무채용이라는 의미가 무색해 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역 내 17개 공공기관은 내년 900명 규모의 지역인재 채용을 시작으로 2022년까지 약 3000개의 일자리를 제공할 계획이다.

지역 청년들의 외부 유출을 막고 지역 경제발전의 초석이 될 수 있는 기회지만, 일반 기업들의 사정이 악화일로만 걷게 된다면 이 같은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기업들의 채용인원 감축으로 청년들이 공공기관으로 몰리게 된다면 기업들의 경쟁력은 더욱 약해지는 악순환의 고리에 갇혀 버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지역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가 곧 지역경제의 성장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 만큼 지역 내 우수기업들이 날개를 펼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공공기관과 일반기업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을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대전세종인적자원개발위원회 관계자는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채용의무화로 지역경제 발전의 초석이 다져진 것은 고무적이나 여기서 만족하기에는 이르다”며 “지역 내 우수기업들에게 산업단지 입주비용 절감과 같은 혜택을 제공해 공공기관 뿐만 아니라 지역 기업들도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운 기자 energykim@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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