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인철 충남도의회 교육위원장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국회에서 수시 비중을 줄이고 정시 비중을 확대하겠다는 취지의 시정연설을 한 후 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학부모는 물론 교사, 학생, 입시학원 등 국민모두가 대입제도 개편안을 두고 심각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어 자칫 국론 분열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정부의 '정시모집 비율 확대' 정책에 대한 한 언론사 여론조사에서는 국민 10명 중 6명이 정시 확대 정책에 대해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아이들을 학교현장에서 밀착해 진학지도를 담당하고 있는 교사나 교육감협의회 등 교육당국은 정시 비중 확대로 나타날 부작용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또 학생들의 진로에 따라 다양한 과목을 선택하고 이수해 누적학점에 도달될 경우 졸업을 인정하는 고교학점제 도입과도 상충된다.

수능에서 수시 비율이 축소되고 정시 비율이 지금 보다 대폭 확대 추진된다면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에 맞거나 진로 선택에 유리한 과목보다는 수능에서 고득점 할 수 있는 과목을 선택하는 문제가 나타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어렵사리 현재 70% 수준까지 올려놓은 수시전형 제도를 정시가 더 공정하리라는 검증되지도, 확인되지도 않은 막연한 이유 하나만으로 정시 비율을 대폭 확대해 우리 아이들의 교실을 또다시 수능 문제 풀이 공간으로 바꿔 놓아도 좋다는 말인가?

최근 대학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소재 주요 대학을 정시로 입학하는 학생 수는 당해 연도에 입학하는 졸업생이 아니라 재수나 삼수생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곱씹어 봐야 할 것이다. 이렇듯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이 각자 입시제도 개선에 대해 한 마디씩 던지고 있지만 정작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것은 어른들의 일관성 없는 정책에 늘 피해만 보는 '학생' 들의 입장이다.

요즘 학교에 가보면 과거 어느 때보다 학생들의 다양한 활동으로 활기를 띠고 있다. 교실수업도 토론 수업, 프로젝트 수업 및 학습 발표 확대 등 학교 현장에서 실천할 수 있는 변화들을 차근차근 만들어 가고 있다.

또 자유학기제가 제 자리를 찾아가면서 학생들이 자기 소질을 적극 개발하고 교사들은 단순 주입식 교육이 아닌 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창의력과 경쟁력을 길러 주고 있다.

이러한 긍정적인 교육 현실에서 갑작스럽게 2015년 교육과정의 변화에 대한 인식도 부족한 상태에서 단지 여론조사 결과만으로 수시 비중을 줄이고 정시비중 확대로 정책을 바꿀 경우 그간 진행된 토론식 수업의 변화 등 부작용이 발생해 배움의 주체인 학생들이 더 큰 혼란을 겪게 될 것은 자명하다 할 것이다.

또 정시를 계속 늘려나가면 경쟁력 없는 지방대학들은 사실상 문 닫는 날이 더욱 빨라질 것이다. 지방대 학생들이 수시보다는 정시로 갈 가능성이 커지면서 재수를 하게 되고 그러면 지방대는 점점 정원도 채우지 못할 것이다. 국가균형발전을 위해서라도 정시 확대는 바람직하지 않다.

여론조사 결과 62.2%가 대학입시제도 정시 확대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나왔다고해서 2025년부터 전면 시행되는 ‘고교학점제’라고 하는 국민과의 거대한 사회적 합의를 두고 자꾸 여론에 흔들려 정시 확대로 가선 안 된다.

백년대계교육정책이 여론조사에 끌려 다니면 누가 정부 정책을 따르겠는가? 이참에 대한민국 교육현장의 의식도 싹 바꾸어 소위 말하는 명문 대학에 입학시키겠다는 비교육적 요소와는 단호하게 거리를 두어야 할 것이다.

교육활동을 제대로 평가하고 학생의 성장 과정을 정확히 기록하는 것이 땅바닥에 떨어진 교권을 바로 세우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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