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종 천안오성고등학교 교장

평범해 보이는 말이 가슴에 깊이 와 닿을 때가 종종 있다.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過猶不及)'란 말도 그중에 하나다. 이 말은 논어 선진편에 나오는 말이기도 하다.

잘 나갈 때는 그것이 영원할 줄 알고 앞뒤 물불을 안 가리게 된다. 하지만 지나친 욕심이 큰 화를 부른다면 '그때 멈췄어야 했는데' 후회하게 된다. 요즘 서울 등의 고교에서 터진 '정치편향 교육' 사건을 접하면서 이 말이 생각난 것은 필자 뿐만은 아닐 것이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는 학생들이 학생수호연합이라는 단체를 구성하고 일부교사들의 '정치편향 교육'을 '사상독재'라면서 "학생들을 정치적 노리개로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사상독재의 사례 중에는 현 정부에 비판적 시각을 가진 학생에게 "나는 너무나 좋은데 왜 싫으냐"며 버럭 화를 내고 다음 수업시간에 그 학생이 현 정부가 좋다고 반 강제적으로 발언하게 한 것도 있었다.

교육청에서 특별장학을 실시하고 있다고 하니 결과가 나오겠지만 만약 학생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파장은 예상외로 클 것이다.

넓게 보면 학교도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다. 적게는 수십 명에서 많게는 천명이상의 학생과 선생님 등이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열린 공간이다. 구성원이 많은 만큼이나 다양한 생각들이 공존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런 학교에서 교사가 학생들에게 특정 정치적 성향만을 교육하거나 강요한다면 시대착오적 행위로 비난 받을 것이다. 법으로도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데, 헌법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교육기본법은 교육의 정치적·파당적 또는 개인적 편견 전파 방편 이용금지를 명문화하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교육자라고 정치현안에 대한 견해나 입장이 없을 수 없으며 이것을 표출하는 것 또한 자유이다. 그러나 학교나 교실에서 학생들 앞에서 하라는 자유는 아니다. 관련법 위반을 떠나서 미성숙한 학생에게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 볼 때도 해서는 안 되는 행위이다. 자기의 정치적 주장은 어디까지나 교실과 학교 밖에서 성숙한 어른을 대상으로 해야지 그것을 넘어선다면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는 우를 범하게 되는 것이다.

행복한 교육공동체는 건강한 사제관계에서 출발하며 이를 위해 초·중·고 교실만큼은 정치에 오염되지 않은 청정지대여야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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