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형식 충북본사 취재부장

지난 8월 12일 청주시의회 특별위원회실에서 열린 시정 현안 보고회를 취재하면서 놀랐던 기억이 있다.

청주시의회는 시정 주요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주요 시정의 최종결정이 시의회에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특히 찬·반이 갈리는 시정에 대한 시의회의 침묵은 시정의 안정성을 해친다. 때문에 장기미집행도시계획시설 일몰제를 대비한 민간공원개발, SK하이닉스 LNG열병합발전소 건립 등 중요 시정에 대한 현안 보고회에서 의원들의 반응이 궁금했다. 많은 기자들이 보고회를 찾은 이유기도 하다.

하지만 보고회는 파행의 연속이었다. 하재성 의장이 “주요 시정에 대해 시의원 모두가 이해하자는 차원”이라고 설명했지만 말을 내뱉기 무섭게 반박이 계속됐다.

어느 조직이든 대외적으로 내부의 치부를 보이는 걸 꺼려한다. 자신들의 위상과도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시민을 대표한다는 ‘권위’를 ‘전가의 보도’로 휘두르는 의회는 더욱 그렇다. 그런데 시의회의 그날 모습은 이런 최소한의 금도조차 벗어났다. 소문으로만 들려오던 시의회 내부의 실상이 공개된 것이다.

언론은 양비론을 지양해야 한다. 하지만 작금 시의회의 모습을 보면 양비론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일부 초선 의원들이 개원 초기 보여준 결기는 신선했다. 스스로의 혜택을 벗어던지려는 모습은 초선다운 패기가 있었다. 거기까지였다. 초선 의원과 신입 기자는 공통점이 있다.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게 잘못돼 보인다. 자신의 힘으로 바꿀 수 있다고 여겨진다. 착오다. 세상은 만만치 않다. 잘못돼 보이는 모든게 수십년간 이어져 온 과정의 결과다. 들여다보면 나름의 이유와 근거, 논리가 있다. 논리를 깨기 위해서는 패기만으로는 부족하다. 엄청난 공부와 경험, 전략이 필요하다. 정략적, 지역적 이해관계가 얽힌 의회 내부에서 “나만 옳다”고 외쳐봐야 바보만 될 뿐이다.

시대가 바뀐걸 인식하지 못하는 의원들도 있다. 과거 의회 내 권위는 선수(選數)에서 나왔다. 선수는 곧 경험이고, 지혜이자, 권력이었다. 세상은 변했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다. 전통적 권력과 기득권은 해체되고 있다. “초선이 건방지게”라고 외쳐봐야 시대의 물결에 밀려나는 건 본인이다.

지금 시의회는 ‘보복’과 ‘보복’의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의정활동의 기본인 시민은 오간데 없고, ‘네 것은 무조건 반대’만 남았다. 올 한 해 뜨겁게 지역을 달군 이슈들의 종착역은 시의회다. 청주시는 내년도 본예산을 준비 중이다. 내년도 청주시 예산은 기존 예산이 대규모 삭감되는 ‘초긴축 예산’이 예상된다. 예산은 정치적 투쟁의 결과물이다. 정치적 권력이 약한, 즉 사회적 약자가 예산 삭감의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이 피해를 막아야 할 책임이 시의회에 있다. 시의회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이성적·합리적 판단을 할 것이라 기대하긴 어렵다.

이제 하재성 의장이 마지막 승부를 걸어야 한다. 하 의장의 의장으로서의 권위는 이미 지난 8월 사형선고를 받았다. 관용차량도, 업무추진비도, 비서진도 그대로지만 남은 것은 껍데기 뿐이다. 하 의장 본인도 양 측의 대립이 원망스러울 것이다. 비록 하 의장이 원인을 제공하지 않았더라도 수습은 의장의 몫이다. 어차피 비난은 받을 만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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