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수 단국대 사학과 교수·전 충남역사문화연구원장

내포의 역사를 이야기하면서 빼 놓을 수 없는 주제 중 하나는 천주교이다. 1865년 선교사들의 보고에 따르면 전국 신자 절반 이상은 충청도에 살았고, 그 중 절반이 내포사람이었다. 내포에는 100개 이상의 교우촌과 공소가 집중돼 있고, 가장 많은 천주교 성지가 분포돼 있다.

한국 천주교의 가장 큰 특징은 '신앙의 자발적 수용', '혹독한 박해와 순교', '박해 속의 눈부신 성장', '한국문화와 융합된 탁월한 유·무형 문화유산의 창출' 등으로 압축할 수 있는데, 이러한 전형을 가장 잘 보여 주는 곳이 바로 내포이다. 즉 내포는 천주교의 요람이자 성지다. 이런 역사성으로 인해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직접 내포지역 성지를 방문했다.

내포지역 천주교의 특징은 크게 네 가지로 대별된다. 첫째, 천주교 신앙의 자발적 수용기에는 피지배층 중심의 신앙공동체를 형성했고, 박해기에는 신자들이 방방곳곳으로 피신하면서 천주교 신앙의 확산에 기여했다. 둘째, 1831년 조선교구 설정 이후 파리외방전교회를 중심으로 한 외국인 선교사 사목 활동의 중심지였다. 그 결과 한국인 최초로 내포출신 김대건 신부가 사제 서품을 받게 된다. 셋째, 다른 지역에 비해 천주교 박해가 일찍 시작됐고, 혹독해 4대 박해 기간에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체포·순교자를 배출했다. 넷째 천주교를 매개로 한식과 양식이 절충된 공소·성당·사제관 등의 성당건축물과 천주가사·연도·성체거동 등 무형의 종교 전통이 잘 보존돼 있다.

충남도에서는 지역 천주교 유산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세계유산 등재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해 2016년부터 충청남도역사문화연구원과 함께 '천주교 세계유산 잠정목록 등재를 위한 기초조사'를 수행해 47곳의 대상유적을 선정한 바 있다. 그리고 올해 7월에는 내포지역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연구가 미흡한 서천지역의 천주교 역사를 재조명해보자는 취지에서 '서천지역 천주교 역사와 문화유산'이란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8월에는 충남도, 충청남도역사문화연구원, 천주교 대전교구가 함께 세계유산에 등재된 일본의 나가사끼와 아마쿠사 잠복 천주교 관련 유산에 대한 답사도 진행했다.

2007년부터 세계유산 등재를 준비한 일본은 11년 만인 2018년 그 성과를 거두었다. 현재 충남도는 내포지역 천주교유산을 세계유산으로 등재시키기 위해 잠정목록 등재 신청을 준비 중에 있다. 향후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가치(OUV)를 충족시키고, 유산이 지닌 '진정성', '완정성', '보존·관리'에 대한 보완이 이뤄진다면, 내포의 천주교 유산은 머지않아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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