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명선 논산시장

지난달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공동회장 자격으로 '우수지방자치 국제포럼' 참석차 러시아에 다녀왔다. 세계 각국의 지방정부가 함께한 포럼에서 우리가 서로 말도 다르고 국가도 다르지만, 사실 마을에 모여 사는 일은 똑같다고 생각했다.

우리 모두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마을 스스로 잘 살아가면 된다. 우리 국민이 주권자로서 대통령도 뽑고, 국회의원, 도지사, 시장, 지방의원을 뽑아서 일을 시키고 있지만, 사실 내 일상과 주변에서 스스로 해결해야 할일이 더 많다. 그래서 지방자치가 중요하고, 마을자치에 집중하는 이유다.

우리시는 민선6기 후반기부터 동고동락 마을공동체사업을 통해 공동체복원을 위해 노력해왔다. 동고동락 마을공동체사업은 마을주민들이 쉼터로 이용하던 마을회관(경로당)을 이웃 간 따뜻한 정을 나누는 행복공동체 공간으로 변화시킨 공동체 복원사업이다.

홀몸어르신공동생활, 한글학교, 마실음악회, 건강관리, 공동육아사업을 통해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소통하고 참여하며 마을을 관계중심의 공동체 실천의 장으로 변화시켰다.

동고동락 마을공동체사업은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소통이 지방자치발전에 핵심적인 요소임을 확인시켜 줬다. 이러한 기반위에 2018년 3월 전국 최초로 '논산시 동고동락 마을자치회 설치 및 운영 조례'를 제정하고 15개 읍·면·동 493개 마을자치회 구성을 완료했다.

오는 27·28일 논산시 최초로 '동고동락 마을자치한마당 축제'가 동고동락 시민운동장에서 펼쳐진다.

우리시가 '동고동락 마을자치'를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동네를 일터 삼아 마을기업이 생겨나고, 음식 솜씨 좋은 아줌마들이 동네 부엌을 열고, 나눔장터가 열리기도 한다.

교육, 문화, 복지, 경관개선 등 어떤 결정이든 마을 주민들이 협의하고 합의해서 무엇인가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성과를 거두고 그 성과가 마을주민에게 돌아가는 것이 바로 마을자치다.

우리가 왜 마을을 이루고 함께 살아가는가를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나 혼자 해결하지 못할 일을 함께 해결해보자는 것이다.

마을자치회는 마을마다 직접 찾아가 고민거리를 들어주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계획을 구상하기도 하고, 주민 간 갈등을 풀 수 있도록 대화의 장을 마련해 양보와 타협을 이끌어내는 등 크고 작은 성과를 냈다.

이 과정을 통해 점차 자치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마을자치회 스스로 깨우쳐가는 학습을 했고, 소중한 경험들은 전국에 우수사례로 소개되고 있다.

그 결과 주민자치형 공공서비스구축사업 선도지자체 선정, 주민세활용 시·군 특화사업 최우수 선정, 한국지방정부 정책대상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그 가치를 인정받기도 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자치분권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맞춰 15개 읍면동장을 공모제로 전환할 예정이다. 읍면동장 직위 공모제는 주민이 추천한 공직자를 읍·면·동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읍·면·동장이 주민에 의해 선출된 만큼 지역사회와의 소통에 더욱 힘쓰게 되고 주민들 역시 자신이 직접 선출한 읍·면·동장의 좋은마을 만들기 활동에 높은 관심을 보이게 된다. 읍·면·동장 직위공모제는 직접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제도이며 '더 많은 참여'는 '더 많은 권한'이 될 것이다.

노무현 대통께서는 늘 '깨어있는 시민'을 강조하셨다. 민주주의는 결국 국가권력을 넘어서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역량만큼 발전한다. 그 '깨어있는 시민'을 담아낼 첫 번째 그릇이자 틀이 마을자치회이다.

처음해보는 일이다. 함께 천천히, 쉽게, 재밌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행정은 마을자치회의 든든한 뒷받침이 되어주는 플랫폼의 역할을 할 것이며, 마을을 통해 주민이 주인이 되는 실질적인 풀뿌리민주주의를 완성해 나갈 것이다.

아래로부터 변화를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이 꿈꾸는 곳, 그게 바로 마을이자 풀뿌리 공동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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