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배 부여여고 운영위원장

충남도교육청이 부여여고 이전을 위한 범군민 추진위원회의 집단민원을 받아들고 이제야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양새다. 이제는 지역공동체의 의견을 받아 이전 후보지도 검토하고 학교이전에 대한 설명회를 개최한다고 한다.

얼마 전 충남도의회가 부여여고 이전대책을 마련하고자 의정토론회를 개최했고 이 자리에는 여고 이전주체인 충남도교육청과 학생대표, 학교운영위원회, 부여군의회, 백제왕도 핵심유적 복원정비사업의 주무청인 문화재청이 참여했다. 지난 7월에는 충남도지사가 부여군을 방문한 자리에서 정책토론회 주요의제로 다루기도 했다. 그러나 두 차례 자리에서 각 기관별 입장 차이를 보이는 선에서 토론회가 마무리되었다.

충남도교육청은 타 기관의 재정 투입 즉 대응투자가 우선되어야 교육부의 중앙투자심사가 수월하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학생들이 시설노후로 불편을 겪고 있는 최우선 개보수 대책을 간과하면서 말이다.

충남도교육청은 56년 된 낡은 학교를 방치해왔다. 최소한 개보수, 통폐합, 신축이전 등 구체적인 논의가 10년 이전에 이뤄졌어야 했다. 당연히 60여년의 역사라면 충남도교육청은 미리미리 학교시설 개선대책을 검토했어야 했다. 그럼에도 사비 왕궁터 발굴을 위한 백제왕도 핵심유적 주관 정부인 문화재청이 원인제공자라면서 본연의 업무를 주력하지 않고 이전 기본계획조차 세우지 않고 미뤄 왔다.

신축을 위한 교육부의 중앙투자심사를 위해 지원근거가 없는 관계기관에 법 개정이나 재정 등 요구를 하면서도 정작 소관 상위관청인 교육부의 눈치를 보면서 지방재정교부금법 개정에 매우 소극적인 모양새를 보여 왔다.

이미 충남도에서는 매년 지방교육세 징수금 전액을 교육청에 교육비 특별회계로 전출 지원해오고 있으며 2018년의 경우 3522억원이 지원됐다. 충남도교육청은 재정이 없어서가 아니라 교육부의 중앙투자심사를 통과하기 위해서 문화재청이나 부여군이 필요하단다. 명분만 고집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토지 및 건물 등 규정된 보상 이외에 추가지원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법령상 그게 전부다.

문화재청이 원인제공자라 하여 공이 넘어오니 이제 개축하는 경우 문화재 현상변경을 신속 처리 지원한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문화재청은 사비왕궁터 발굴을 위한 백제왕도 핵심유적 복원정비 사업의 원칙을 지키면서도 부여여고 이전비용에 대한 현실적 어려움을 감안하여 장기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부여군도 여고 이전에 행재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박정현 부여군수도 정치적 역량을 발휘해 여러 방면으로 해법을 찾고 있다. 부여군에 따르면 부여읍내로 이전하는 만큼 백제고도 문화재구역으로 학교시설지구 지정은 물론 발굴조사 등 행정절차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도 2017년 국정운영계획 100대 과제를 발표했다.

학교시설 개선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교육시설 안전인증제를 도입하는 등 교육부는 낡은 학교 개선을 위한 재정을 특별지원(No.54.)한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선례를 남겨서라도 적극 지원에 나서야 할 때다. 충남도교육청은 우선 학교시설을 개보수해 학생 불편을 최소화하기 바란다. 또한 개교 목표연도를 설정하고 재원 투자계획 등 로드맵을 수립하고 이전계획에 착수해야 한다. 충남도교육청은 학교 이전주체로서의 본분을 잊지 말기 바란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