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역 장애인 교육시설
정부·지자체 급식비 지원 불구
학생엔 옆학교 남은 급식 제공
대표 “교통비 지원 위한 것” 해명
계약했던 급식업체도 사실 인정

▲ 지난 1일 장애인 야학 시설에서 장애 학생들이 점심으로 제공된 비빔밥 한그릇을 먹고 있는 모습. 사진=선정화 기자

[충청투데이 선정화 기자] 대전지역 한 장애인 교육시설이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지원받은 급식비를 빼돌리고, 이를 대신해 인근 학교 급식 후 남은 음식을 학생들에게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어 경찰 수사가 불가피하다.

4일 대전시와 시교육청, A 야학(野學) 등에 따르면 2007년 운영을 시작한 대전지역 장애인 교육시설인 A 야학은 올해 초 정부가 주관하는 시범사업에 선정돼 지난 7월부터 사업을 운영 중이다. A 야학은 이 사업으로 지원받은 6000만원 중 B 급식업체와 720만원에 급식 계약을 했다. 5개월간 학생 18명에게 1인 1식(5000원)으로 계산된 금액이다.

하지만 B 급식업체에 확인해 본 결과, 급식업체는 그동안 A 야학에 급식을 제공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취재기자가 일주일가량 야학을 찾아 확인했지만, B 급식업체로부터 음식은 배달되지 않았고, B 급식업체에서 음식이 되는 모습도 감지되지 않았다.

B 급식업체 관계자는 “계약서는 쓰지 않았다. 그동안 음식은 보내지 않았다”며 “A 야학 대표가 야학 운영에 교통 지원비 등이 부족해 급식비를 교통비로 사용하고 싶다고 요청했다. A 야학 대표가 도와달라고 해서 그랬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운영이 시작된 이후 매월 100만원 내외를 법인카드로 결제받은 다음, 세금을 제외한 금액을 야학으로 보냈다”고 설명했다.

A 야학은 이를 대신해 인근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의 급식이 끝난 후 남은 음식을 가져가 시설 학생들에게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야학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이 학교 급식이 끝나는 오후 1시경 학교로 와 음식을 가져가는 것이 기자에게 확인됐으며, 학교에서 가져간 음식은 하루가 지난 다음날 학생들에게 제공됐다.

A 야학이 음식을 가져간 해당 학교 관계자는 “지난해 행정실 직원을 통해 요청이 들어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좋은 취지라고 생각해 음식을 보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학생 급식도 부실했다. 기자가 지난 2일 직접 시설을 방문해 확인한 결과, 장애 학생과 직원 등의 식탁에는 비빔밥 한 그릇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또 지난달 30일에도 장애 학생들은 수육 몇점에 김치와 쌈장, 배춧잎 몇장이 전부인 점심을 먹고 있었다.

이에 대해 A 야학 대표는 처음에는 “급식업체와 계약하고 매일 음식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다가 기자가 확인했다고 말하자 “급식을 받지 않았다”고 뒤늦게 인정했다. 그는 “(야학에 다니는) 장애 학생 95%가 기초생활 수급자”라며 “한 달에 15만원 넘게 장애인콜택시 비용이 들어간다. 그런데 이 부분은 예산에 책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인의 이득을 취한 것은 아니고 학생들 교통비를 지원해주기 위해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선정화 기자 sjh@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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