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노조, 무분별 확장 우려
관료 독점·통제 등 현장 문제
20년간 5조 썼지만 성과 없어
민주적 연구개발체제 급선무

글싣는 순서
▶上. R&D 경쟁력 강화, 관료주의 연구환경부터 척결

下. 100대 품목, 국내 공급 생태계 확보 방안 시급

[충청투데이 최윤서 기자] 일본 수출 규제를 전환기 삼아 국가 R&D 예산 24조원 시대가 열렸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자’는 목소리와 함께 부품·소재 국산화를 위한 열망이 커지고 있지만 실제 연구개발 현장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장기적 관점의 심도 있는 논의 없이 임시방편으로 쏟아내는 정책과 막대한 예산 투입은 과거 부품 소재 진흥 사업의 실패를 답습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 섞인 발언들이 이어지고 있다. 충청투데이는 최근 범정부 차원의 R&D 경쟁력 강화 대책과 관련해 부품·소재 국산화 중흥을 위한 선결조건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 보고자 한다.

대외 의존형 산업구조 탈피를 위한 이번 범정부 R&D 경쟁력 강화 대책은 관료주의로 만연한 연구개발 현장 척결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특히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연구자들은 R&D 예산 증액이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누누이 강조한다.

소재·부품 산업의 높은 대일 의존 상황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고, 그때 마다 정부 관료들의 연구현장 독점 통제 및 개입이 미친 부작용들은 어렵지 않게 도마 위에 올랐다. 그간의 과오와 근본적인 평가, 분석, 반성 없는 최근의 긴급처방에 이어 무분별한 산업통상자원부의 사업 확장을 우려하는 이유도 비슷한 맥락이다. 최근 전국공공연구노조 역시 이에 대한 성명을 발표하며 민주적 국가연구개발체제 확립을 촉구한 바 있다.

이들은 지난 수십 년 간 관료 중심의 정부 R&D 사업 폐단을 호소하며 정부 관료들에게 중요한 것은 ‘예산’과 ‘인력’ 등에 대한 통제 권한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소재부품특별법 아래 지난 20년간 5조 4000억원의 예산을 쏟아 부었지만 성과는커녕 제대로 된 분석조사 조차 전혀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구노조 관계자는 “이번 R&D 강화대책 역시 과거처럼 ‘연구를 위한 연구’에 그치지 않을 까 심히 걱정된다”며 “정부 관료들이 과학현장을 통제하는 순간 창의적, 혁신적 연구는 어렵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단순히 R&D 예산을 얼마나 투입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연구자들이 주체적으로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과 제도가 뒷받침 되지 않은 한 이번 범정부 R&D 경쟁력 강화 대책 역시 큰 성과를 보기 힘들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면서 “국가연구개발 혁신법 제정과 함께 연구자들이 중장기적 연구에 안정적으로 집중하고, 스스로 연구개발 혁신 주체로 나설 수 있도록 실질적인 제도마련이 급선무”임을 강조했다.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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