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석 농협중앙회 대전지역본부장

어느 조직이든 지향하는 이념과 비전이 있다. 정부부처나 공공기관은 설립 근거가 되는 관련법에 조직운영의 목적과 사업이 명시되어 있다. 조직의 목적이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장래의 행동지침을 정하는 것을 정책결정이라고 한다. 정부의 농정목표는 '걱정없이 농사짓고 안심하고 소비하는 나라'이다. 이를 위한 5가지 과제가 제시되고 있는데 그 첫째가 '농업인의 소득향상을 위한 안전망 확충'이다.

농협의 조직목표는 '농업인이 행복한 국민의 농협' 구현이다. 세부 실천과제로 3가지 표어가 있다. 농협법 제1조(목적)에는 '농업인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지위를 향상시키고 농업인의 경쟁력 강화를 통하여 농업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으로(이하 생략)' 명시돼 있다. 정부의 농정과제나 농협법상의 농업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농가소득 향상'은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정책목표인 것이다. 그만큼 농가소득을 증진시키는 것은 만고불변의 진리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조직 변동기마다 새로운 목표가 제시되고 실천 운동으로 추진한 여러 사례를 보아 왔다. 이 중에는 아주 성공적으로 목표를 달성한 사업도 있다. '신토불이' 정신을 강조해 우리 땅에서 나는 농산물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준 소중한 기억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목표는 최고책임자의 임기만료, 현실과의 괴리 및 직원들의 참여 부족 등으로 지속성 있게 추진한 내용이 기억에 많이 남아 있지는 않다.

농협은 2016년부터 김병원 회장이 주창해 농가소득 5000만원 달성을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농가소득 향상은 정부의 정책목표일 뿐 아니라 농업인의 행복한 삶을 위해 가장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사항이다. 그동안 산업화의 물결에 밀리고 무역의존도가 높은 산업구조에서 우리 농업은 정책결정과정에서 손해를 보기도 했다. 예산배분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고 FTA 협상과정에서 타 산업에 비해 피해규모가 큰 경우가 많았다. 국회에서도 이러한 이유 때문에 '무역이득공유제'를 통해 농업부문 및 농업인에 대한 피해 지원을 하여 상대적 박탈감을 해소하고자 노력해 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럼 농가소득 5000만원을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2018년 기준 농가소득은 4207만원으로 도시근로자 가구소득 6482만원의 65% 수준에 불과하다. 농가소득 5000만원은 도시근로자 소득의 85% 수준 유지와 국내 4인 가구 중산층 평균소득인 5364만원 등을 감안한 것이다. 농가소득 5000만원 달성은 농업인의 삶의 질 향상과 농업인이 행복한 나라라는 측면에서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농업 및 농촌부문에 대한 재정 투입을 단순히 비교행정론의 관점에서 벗어나 복지적 차원에서 접근하면 해결이 쉬운 문제라 본다.

판례로 형성되고 있는 농업인의 정년은 65세로 타 산업에 비해 생애근로 주기가 길다. 그만큼 우리 산업에 기여하는 기간이 길며 장시간의 노동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또 다원적 가치와 공익적 기능을 하는 농업을 지키는 분들에 대해 일정부분 소득을 보장해 줌으로써 농촌지역의 활력과 지속가능한 농업이 가능하게 하는 것이라 본다. 최근 들어 농가경영주 중 60.3%가 65세 이상의 고령농가로 조사되고 있다. '떠나간 농촌에서 돌아오는 농촌'으로 만들려면 젊은 후계농을 많이 육성하고 지원해야 하는 것은 시대적 당위이다.

4차산업의 적용분야가 가장 많은 분야가 농산업이라고 한다. 언론에서도 성공한 농업인의 사례와 귀농·귀촌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그려 여러 교육과정이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미래 농업이 아무리 매력적이라 하더라도 소득이 보장되지 않는 농업에 젊은 세대들이 관심을 주기는 무리라고 생각한다. 농가소득 5000만원 달성은 국민소득 3만불 달성이라는 염원과 동일하게 비견되는 목표다. 우리 헌법 제10조에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고 명시돼 있다. 농업·농촌의 문제 그리고 농가소득을 통한 농업인의 지위향상과 권익도모는 민과 관이 협조해 범 정부차원에서 과제를 풀어야 하는 정책목표인 것이 당연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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