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생들이 많이 쓰는 일본어 잔재 표현. 연합뉴스

아프리카는 54개 공식 국가로 구성되어있다. 이 중 상투메 프린시페, 모리셔스, 세이셸, 카보 베르데, 코모로 그리고 마다가스카르 등 6개 나라는 섬이다. 이들 중 많은 국가가 예전 식민통치 국가였던 영국과 프랑스의 언어를 공용어로 사용한다. 우리 감정으로는 다소 이해하기 어렵지만 1960년대 이후 잇따른 독립과정에서 고유어 대신에 과거 지배국가의 언어를 계속 쓰고 있는 것이다.

포르투갈어를 사용하는 브라질을 제외하고는 중남미 국가 모두가 식민지배 국가였던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것도 같은 현상이다. 각 나라마다 저간의 사정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이런 실정의 바탕에는 각 부족마다 말이 달라 독립 이후 언어의 통일이 어려워 공통분모 차원의 절충으로 식민지배 국가의 말과 글을 써 온지 어느덧 60년 가까이 흘렀다. 물론 다양한 부족언어가 통용되고 있으며 영어와 프랑스어가 모든 일상의 구석구석까지 파고 들어가지는 못했다 하더라도 학교교육과 외교, 행정, 통상 같은 국가 중요활동의 언어로서 막강한 위력을 지닌다.

아프리카 동부는 영어권, 서부 지역은 프랑스어권인데 이들 외국어를 공용어로 쓰고는 있지만 자신들의 고유언어와 끊임없는 접합과 혼융으로 유럽 본토 언어와는 같고도 다른 언어로 변모되어 통용된다. 가령 '선물을 주다'라는 프랑스어 표현은 'faire un cadeau'로 하나의 숙어구를 이루지만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cadeauter'라는 짧고도 명쾌한 한 단어로 소통이 이루어진다. 이들 아프리카 국가에서 언제쯤 식민지배어를 버리고 토착어를 공용어로 채택할지는 아직 모른다. 그러나 아프리카 특유의 열정과 실사구시 정신의 창의력으로 나날이 새로운 언어체계를 만들어 활용하리라는 것만은 확실하다.

일본과의 갈등으로 일본제품을 사지 않고 일본여행을 가지 않는 범국민운동이 요원의 불길처럼 타오르고 있다. 언젠가는 대화와 절충으로 쌍방호혜의 접점을 찾겠지만 이번 기회에 광복 70년이 지난 이즈음에도 우리 일상, 산업, 문화 곳곳에 뿌리깊게 남아있는 일본어 표현, 일본어에 바탕을 둔 국적불명의 어휘와 문구 그리고 우리 민족자존심을 저해하는 일본어 어투를 몰아내는 인식이 공감대를 이루어 구체적인 운동으로 정착되었으면 한다. 언어독립, 언어자주야말로 국제무대에서 더욱 당당할 수 있는 핵심요소이기 때문이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명예교수·문학평론가>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