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캠페인 ‘러브 투게더’
<29> 진실한 사랑-2편
하반신 마비 온 김정수씨
지독한 고통, 진통제로 견뎌
아내, 3년동안 묵묵히 병간호
힘들수록 가족애는 깊어져

[충청투데이 최윤서 기자] 생계를 위해 대형트럭을 몰다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온 가장 김정수(42·가명) 씨가 병원 생활을 한 것도 어느덧 3년이 넘어간다.

육체적 고통도 괴롭지만 그를 옥죄는 마음의 병은 간병하던 아내가 아이들 하교시간에 맞춰 집에 돌아가면 더욱 심해진다. 죽는 게 이보다 덜 고통스러울까. 나쁜 생각도 하지만 곧이어 가족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의 아내 이청란(46·가명) 씨는 중국인이다. 10년 전 이혼 후 한국으로 와 남편을 만났고, 쌍둥이 형제를 낳았다.

세종에 위치한 건설현장 책임자로 있었던 남편 김 씨는 브레이크 고장으로 덤프트럭 교통사고를 냈고 천만다행으로 생명은 건졌지만 또 다른 지옥길이 열렸다. 하반신 마비로 정상적 생활이 불가능해졌지만 왼쪽 다리는 통증을 느낄 수 있어 장애 등급 판정도 받지 못했다.

후유증으로 생긴 희귀난치성 질환인 복합통증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의 고통을 줬다. 정확한 원인 없이 시도 때도 없게 찾아오는 통증은 두려움을 넘어 공포의 대상이다. 하반신부터 시작된 극심한 통증은 전신을 타고 머리까지 올라간다.

김 씨는 통증이 올 때 마다 가장 가까운 사람인 아내에게 짜증과 분노를 쏟아낸다. 그런 모든 것을 묵묵히 받아주고 인내하는 아내는 남편이 그저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아내 이 씨의 일상은 초등학교 4학년인 쌍둥이들을 학교에 보내면 시작된다. 남편이 입원해 있는 병원까지는 집에서 버스를 타고 돌고 돌아 40여분 남짓. 하체를 사용할 수 없는 남편은 아내의 손길이 닿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경제적인 이유로 간병인을 따로 둘 수 없어 아내가 보살피고 있지만 언제까지 기약 없는 생활을 반복할 지 앞날은 막막하다.

하루에도 남편이 먹는 약은 수십 알. 통증이 찾아오면 일반 진통제는 듣지 않아 마약성 진통제를 복용하거나 투여해야 한다. 그런 남편이 유일하게 기다리는 시간은 쌍둥이 아들들이 오는 주말. 형제는 주말이 되면 아빠를 보러 병원을 찾는다. 아직 어리지만 일찍 철이 든 형제는 속이 깊다. 일주일에 한 번씩 아빠와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며 부자애를 다진다.

비가 올수록 땅은 더욱 굳는다고 했던가.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는 이들 가족의 애정은 그 전보다 훨씬 강하고 단단해졌다. 서로를 위하는 마음은 그 어떤 가족보다 크며 깊다.

남편 김 씨는 “건강하고 바르게 잘 커주고 있는 아들들에게도 고맙지만 무엇보다 아내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며 “조금이라도 나아지기를 바라며 희망을 갖고 버티고 있다”고 전했다.

<12일자 마지막 편>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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