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봉

전국 각 지역에서 수많은 각종 축제가 열리고 있지만 45년이라는 긴 역사를 갖고 있는 지역축제는 쉽게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아산 성웅 이순신 축제는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이순신 장군의 숭고한 애국애족의 정신을 본받자고 매년 개최하는 축제에 애국애족의 정신은 간데없고 야시장 영업권을 둘러싼 잡음과 욕설만이 난무하고 있다.

장애인 단체의 행사장 불법점거-행정대집행-행사장 점거-타협-입점상인 반발-타협 매년 이런 수순이 되풀이 된다면 자라나는 청소년들은 이순신 축제를 통해 장군의 숭고한 정신을 본받기보다는 어른들의 잇속 챙기기만을 배우게 될 것이다.

아산시는 그동안의 이 같은 악습의 고리를 차단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행정대집행이라는 강수를 들고 나와 시민과 여론의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그 찬사는 단 하루도 지나지 않아 비난으로 되돌아왔고 이제 입점상인들에게마저 피해보상을 해줘야 하는 궁지에 몰리게 됐다.

시의 강경한 입장이 물론 소의 뿔을 바로잡으려다가 소를 죽이는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런 위험조차 없다면 그릇된 것을 바로 잡을 길은 요원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공권력이 탈법과 불법으로 뭉쳐진 집단이기주의에 내몰리기 시작하면 사회의 기강은 흔들리고 극도의 혼란에 직면할 것이 너무도 자명한 사실임을 모르는 이는 없을진데 혹 이번 야시장 파문을 겪으면서 자신의 보신을 위해 적당한 선에서 타협의 손길을 내밀지는 않았는지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축제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란 미명 아래 기준과 원칙이 무너진 채 각종 이익단체에 끌려 다닌 아산시의 공권력은 집단이기주의란 적 앞에 백기를 든 것과 다를 바가 없다.

확고한 원칙과 기준이 없다면 야시장의 영업권을 둘러싼 충돌은 이순신축제가 존재하는 한 영원히 계속될 것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보다 엄정하고 공정한 원칙과 기준이 마련돼 그 기준에 의해 축제가 성공리에 개최될 수 있게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용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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