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문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청원군수 부인의 부적절한 '내조'가 구설수에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 27일 퇴임한 오효진 청원군수의 부인 박모씨는 이달 21일 청주시내 한 식당에 실·과장 및 면장들의 부인들을 모아놓고, 남편의 지지를 당부하며 열린우리당 입당원서 작성을 권유했다. 공직자 부인들에게 정당 가입을 사실상 종용한 것 자체도 문제지만, "실·과장 사모님들이 적극 도와주시면 좋겠다"며 공무원 부인들을 사실상 선거운동원으로 만들려고 했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박씨는 "강요한 게 아니다"고 억울해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월적 지위에 있는 군수 부인이 입당원서를 써달라고 하는 데 이를 거절할 용기(?)있는 실·과장 부인들이 과연 몇이나 있겠는가.

박씨는 또 지난해 5월 청원생명 쌀 유채꽃 축제장에서는 청원군 실·과장 및 면장 부인들과 함께 결성한 '백목련회'의 이름을 걸고, "좋은 일에 쓰겠다"며 떡과 음료수를 팔아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 수익금의 일부는 자선사업에 쓰였다고 하지만, 대부분은 태국과 캄보디아로 관광길을 떠나기 위한 경비로 사용했다. '좋은 일'이라는 게 고작 실·과장 및 면장 부인들을 대동하고 관광길에 나서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지나가는 소도 웃을 일이다. 이는 행사장을 찾은 군민들을 기만한 명백한 사기이며, 공금 유용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박씨의 이 같은 부적절한 '치맛바람'의 허세가 세상 밖으로 나오고 있다. 군수 부인의 일그러진 위세가 얼마나 컸으면, 그동안 숨죽였던 실·과장 및 면장 부인들이 들추기 꺼렸던 일들을 세상 밖에 내놓을까 측은한 마음까지 든다.

주민이 닦아둔 길을, 군수 부인이라고 무동(舞童) 타고 가려고 했다면, 지방자치를 왕조시대로 되돌리려는 발상과 다름없다.

모름지기 군수 부인이라면, 주민은 물론 공직자 부인들에게 겸손해서 손해볼 일이 도대체 어디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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