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연

언젠가 한 대학병원 의사가 "비의료인들은 '환자면 다 같은 환자'일 걸로 착각하지만 세상 일이 그렇듯 실상은 다르다"고 한 걸 기억한다.

병원을 찾는 환자는 공식적으로 의료비 지급을 어디에서 하느냐에 따라 의료보호, 의료보험, 산재보험, 자동차보험 환자 등으로 나뉜다. 그리고 비공식적으론 '보통 환자'와 '특별 환자'로도 분류된다.

영리를 추구하는 병원 측이 의료수가가 높은 '산재보험'과 '자동차보험' 환자를 선호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 때문에 의료기관은 대부분 교통사고 상해 환자의 경우 건강보험 적용이 안된다며 본인 부담으로 처리할 것을 권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하지만 현행 국민건강보험법 규정은 다르다. 범죄행위에 기인하거나 고의로 사고를 발생시켰을 경우 등을 제외한 불가항력적인 사고인 경우 건강보험이 적용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또 어떤 보험을 청구할지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는 환자 고유의 권한으로, 건강보험공단은 물론 병원 측도 임의로 급여를 제한해 환자에게 불이익을 줄 수는 없다.

자동차보험 가입 고객들은 사고가 났을 때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유리할 지 꼼꼼하게 따져보고 의문이 생기면 국민건강보험공단에도 문의하는 적극성이 필요하다.

최근 자신의 뜻과 달리 자동차보험 환자로 둔갑된 것을 알고 공단 측에 중재를 요구한 을지대병원 입원 환자 측은 "이것저젓 알아보느라 고생은 했지만 권리를 찾을 수 있게 돼 다행"이라며 "병원이 환자에게 나서서 환자의 권리를 알려주진 못한다 해도 최소한 환자가 이에 대해 물었을 때 거짓말을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씁쓸해 했다.

의료기관도 착각하는 것이 있다. 환자 또한 자신을 진료한 병원에 대해 등급을 매길 줄 안다는 점이다. 환자가 묻기 전 환자의 권리를 안내해 주는 병원 '고객 최우선의 병원', 환자가 질문했을 때 비로소 환자의 권리를 말해주는 '양심이 살아 있는 병원', 환자가 물어도 거짓으로 답변하는 '양치기 소년 같은 병원'.

병원은 장기적 발전을 위해 의료의 질 향상과 시설 확보 등에 투자해야 한다. 이와 함께 병원 내 업무에서 환자에게 믿음을 줄 수 있도록 서비스 행정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당신이 아프다면 어느 등급의 병원으로 발길을 돌리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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