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지방자치 단체장들 가운데 1988년부터 1993년까지 5년동안 과로로 쓰러진 단체장이 130명이나 된다고 한다.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관내 곳곳을 누비고 뛰기 때문이다.

지방의원들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대전시를 방문한 일본의 한 지방의회 의장은 겉으로는 대전시와의 자매결연이었지만 속내는 그게 아니였다.

자기 시와 청주간 항공노선을 개설하기 위해 여건을 갖추는게 더 큰 목적이었다. 항공노선이 개설되면 한국, 특히 대전의 관광객을 많이 끌어 들인다는 것이다.

일본에서 온 그 지방의회의장은 이를 위해 대전의 여러 사람을 만나고 밤에는 노래방까지 가서 한국 가요를 부르며 분위기를 돋구었다. 그렇게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반대로 우리 나라는 지방자치 10년동안 과로로 쓰러진 단체장은 없고 각종 비리와 선거법위반으로 구속 또는 불구속으로 기소돼 재판에 회부된 단체장이 145명이나 된다.

지방의원은 더 많을 수 밖에 없다.

주민을 위한 '불공'보다 이권과 표를 챙기는 '잿밥'에 더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 아닐까?

지방자치 10년에 '빅3(Big 3)'이란 말이 생겨난 것도 우리의 지방자치를 되돌아 보게 하는 것이다.

Big 1은 단체장이나 지방의원만 되면 승용차가 커지는 것이다.

Big 2는 사무실이 커진 것이다. 어느 구청장 방은 청와대 집무실 보다 크다라는 말이 나돌 정도다.

Big 3은 청사건물이 커진 것.

평균 재정자립도 56%에 지방자치단체의 16%가 자체수입으로 월급도 못 주는 실정인데 큰 차 굴리고, 큰 사무실, 큰 건물부터 챙기는 것이 급한 것일까?

그런데 지방의원들에게 내년부터는 연봉까지 지급된다. 날개까지 달아주는 것이다.

기초의원이 연봉 6000만원 정도, 광역의원은 8000만원 정도에 보좌관까지 두게 된다. 세계적으로도 이만한 대우를 받는 나라가 또 있을까?

연봉 6000~8000만원이면 평생 공무원으로 보낸 시청 과장급 보다 많고 국장급과도 비견된다. 오히려 국회의원보다 실속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왜냐면 국회의원은 세비야 좀 많지만 떼는 것과 지출해야 할 게 많다보니 오히려 적자생활을 해야 하는데 지방의원은 그런 부담으로부터 여유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어렵게 고생하며 공무원 할 것 없이 정치줄 잡아 기반만 잘 닦으면 4년, 또 잘 하면 8년, 12년… 높은 보수 받으며 잘 지낼 수 있다. 그래서 승진길 막힌 공무원들, 동장등이 내년 선거에 많이 나갈 것이다. 이미 어느 군은 거론되는 사람만해도 16대1의 치열한 경쟁을 보인다고 한다. 물론 일본처럼 과로로 쓰러지는 지방의원은 없을테고 'Big3'에 해외연수 까지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유난히 내년 지방선거에 머리 터지게 덤벼드는 사람이 많은 것일까?

'어! 지방의원 할만하네…'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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