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10월 21일 뉴스위크 동경 특파원이던 버나드 크리셔 기자가 박정희 대통령을 청와대 집무실에서 인터뷰 했다.

그런데 인터뷰 도중에 대통령의 장남 지만군이 들어와 '학교 다녀왔습니다'하고 인사를 했다. 박대통령은 책가방을 멘채 인사하는 아들에게 '그래. 어서 가서 숙제해라'하고 내보냈다.

버나드 크리셔 기자는 대통령인 아버지가 아들의 학교 숙제를 챙기는 교육에 대한 깊은 관심에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교실에서 끝나지 않고 가정에까지 이어지는 교육-그 '괴물'같은 우리 교육은 그로부터 10년이 가고 20년이 가도 뗄 수 없는 그림자로 더욱더 커져만 가고 있다. 과외로, 사설 학원으로….

그러나 정부수립후 57년을 하루도 빠짐없이 교육개혁을 외쳐 왔지만 아침에 집을 지었다가 저녁에 다시 뜯어 고치는 일만 되풀이 해왔다.

그리고 거기에는 국가의 백년대계(百年大計)가 아니라 그때 그때 정치의 이해관계가 자리잡고 있었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후 57년간 교육부 장관(문교장관)이 48명이나 바뀌었다는 사실이 그것을 말해 준다. 평균 장관수명이 14.2개월.

최근 발표된 성균관대 양정호 교수의 논문에 의하면 최장수 장관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의 민관식씨가 39.4개월로 제일 길었고 DJ밑에서 송자 장관은 24일, 그보다 더 단명은 금년 1월 4일 노무현 대통령에 의해 교육부총리에 임명되자마자 3일만에 물러난 이기준씨. 그는 부동산 투기시비로 여론이 들끓자 최단명의 불명예를 무릅쓰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에게 지급된 장관 퇴직금도 3일분 8만원으로 최소액의 기록을 세웠다.

장관의 업무파악에 필요한 시간은 아무리 적어도 6개월을 잡고 있는데 이처럼 거의 1년만에 또는 1년도 못돼 바뀌어 버리면 무슨 정책을 추진하겠는가.

요즘은 서울대의 입시방법을 둘러 싸고 교육계가 야단들이다. 정부와 여당은 '초동진압'이니 '전면전'이니 하는 군사작전에서나 등장하는 살벌한 용어를 구사하며 서울대를 몰아 부치고 있다.

경쟁력 있는 서울대를 만들겠다는 서울대측의 주장에 무슨 죄가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확실히 서울대는 우리 나라 최고의 명문대학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우물안 개구리다. 조사기관과 국가에 따라 조금은 다르지만 서울대의 세계적 위치는 118위에서 151위로 100위권에 들지 못하는 딱한 실정이다. 미국은 세계 10위권 대학에 7개나 차지하고 있고 일본은 100위권 안에 2개의 대학이 들어있다.

몇 년전 워싱턴에서 열린 '제섭대회(국제모의재판대회)'가 있었는데 서울대생이 중심이 된 한국팀은 45개국 60개팀 가운데 36위를 하는 어처구니 없는 실력을 보였다. 같은 아시아권이면서도 싱가포르는 전체 2위를 차지했다.

따라서 서울대가 '우물안 개구리'가 아니라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대학이 되기 위해 자율적으로 뛰겠다면 정부는 규제와 간섭보다 그것을 북돋아 줘야 한다. 그것이 국가적으로 이익이며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또한 다른 대학들도 그에 못지 않는 선의의 분발을 하게돼 대한민국 대학의 질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 올 것이다. 일본도 40년 평준화 교육제도를 실패한 제도로 결론내고 '경쟁력'중심으로 방향선회를 하고 있다.

사실 지금 지역의 대학들이 통폐합을 하고 구조정을 하는 것도 그런 것이며 우리 지역만 해도 충남대 양현수 총장과 公州대 최석원 총장이 모든걸 무릅쓰고 앞장 서 양대학의 통합을 추진하는 것도 그래서 환영을 받고 있는 것이다. 대학은 대학 자율에 맡기는 것이 최선의 길이다. 정말 무엇이 대학을 살리고 무엇이 죽이는 것인가를 잘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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