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국무총리가 최근 현재의 시·도지사 중에는 대통령 될 만한 사람이 없다고 발언한 것이 논란이 되었다.

이명박 서울시장은 대통령은 국민이 뽑는 것이지 국무총리가 지명하는 게 아니라고 발끈했고 손학규 경기도지사는 "이 총리가 정치는 수준 이하"라고 정면으로 비난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가 아직도 반이 더 남았는데 벌써부터 이렇게 다음 대통령은 누구일까 하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는 게 요즘 이상한 현상이다.

현재 거론되는 인물을 순서 없이 적어 보자.

고 건 전 국무총리, 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정동영 통일부 장관, 김근태 복지부 장관,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이해찬 국무총리, 강재섭 한나라당 원내대표, 이명박 서울시장, 손학규 경기지사, 김두관 전 행자부 장관, 유시민 의원 등 줄잡아 12명이 된다.

'김두관', '유시민'이라는 이름에 "뭐?" 하고 놀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젊다든지, 경력이라든지, 캐릭터를 가지고 말하면 노무현 대통령이 그런 걸 무릅쓰고 대통령에 당선된 것을 생각해야 한다.

요즘 등장하는 용어 중에 '정치공학(政治工學)'이라는 게 있다. 정치를 민의(民意)나 국가 비전 같은 고전적인 방법으로 접근하지 않고 하나의 기술(工學)로 푸는 것이다. 미디어 전략에 뛰어나고 특히 젊은 세대가 많고 소위 인터넷으로 짜여진 IT시대에서는 투표심리를 잘 활용하는 고도의 정치 기술을 가진 사람이 선거에 승리한다는 것.

물론 나라를 위해 바람직스러운 것은 아니다.

그래서 예측불허의 인물이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는 것이 한국적 정치상황이다.

가령 지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미군 장갑차에 치여 죽은 효순·미선이의 추모 촛불시위가 연일 밤마다 서울 시청 앞 광장을 가득 메울 때 그것이 노무현, 이회창 양 후보에 어떤 작용을 할 것이라고 생각이나 했을까.

어떤 선거전문가는 2002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이 16강에서 끝났다면 대통령 선거 양상도 달랐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한국이 8강이 되고 4강에 도전하면서 '붉은 악마'의 젊은층 함성은 더욱 뜨거워졌고 그것이 미선·효순양 추모 촛불 집회와 함께 대통령 선거에 젊은층을 끌어들이는 동인(動因)이 되어 주었다는 것이다.

또 월드컵 열기, 미선·효순양 추모 열기가 아무리 뜨거워도 선거가 1년 후에만 실시됐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 밖에 후보간 연합 또는 연대라는 복병이 있다.

DJ가 JP와 연합하여 당선이 될 수 있었고 노무현 후보가 정몽준 후보와 연합하여 승리할 수 있었듯이(마지막 날 투표 몇 시간을 남겨 놓고 정몽준 후보가 연합을 파기했지만 그것이 오히려 노 후보 승리에 도움이 됐다) 앞으로도 어떤 후보든 연합의 묘를 잘 살리는 후보가 이길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의 지역 구도가 어떤 후보도 독자적으로 승리하기엔 힘들다는 전망이 우세한 때문이다

사실 한국의 특수한 정치상황, 감성이 선거를 좌우하는 우리 풍토에서는 이런 것이 문제다. 그래서 지금 누가 잘나가는 것 같아도 엉뚱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고 지금은 고전하는 것 같아도 뜻밖의 월계관을 가져다 줄 수 있는 게 우리나라다. 좀 더 기다려 보자. 아무래도 지금 다음 대통령을 점치는 것은 이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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