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희 음악평론가·백석문화대 교수

최근 3주에 걸쳐 펼쳐진 대전예술의전당 ‘2019 스프링페스티벌’이 막을 내렸다.

누구나 빠져들 수밖에 없는 유명한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워 살롱오페라 ‘피노키오’, 연극 ‘어린왕자’, 모차르트 음악극 ‘신데렐라’, 무용극 ‘견우직녀’가 <동화>라는 제목 아래 각각 독자적인 개성을 드러냈다.

지역예술인들에게는 새로운 도전을, 관객에게는 예술향유의 기회를 넓히고 있는 이번 축제에서 동화 속 이야기 테마는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홍보 효과가 컸다.

그러나 어른에게 향수를, 어린이에게 재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일이 경우에 따라 수월치 않은 측면도 있었다.

예컨대 ‘피노키오’는 가족오페라를 내걸었지만 주 관객층을 누구로 초점을 맞출지 좀 더 명확한 대상정립이 필요했다.

오페라 형식을 갖고 있어도 음악양식은 뮤지컬에 가까웠다. 그렇기에 작품을 완성하기 위한 주연배우와 연출가의 열의가 돋보였어도 성악가 목소리나 대사 전달이 명료하게 부각되지 못한 점은 아쉽다.

아울러 흥미롭긴 해도 낯선 창작음악에 불완전한 영어딕션이 가미해 가족오페라가 표방한 관객 소통에 크게 부응하지 못했다.

앞으로 대사는 한국어로 번역하고 관객 눈높이에 맞춰 노래와 극진행이 흐른다면 진일보한 작품으로의 변화를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

연극 ‘어린왕자’는 원작이 지닌 대사나 작품성이 이미 입증된 걸작이기에 오히려 연극으로 번안됐을 때 참신성이 가장 큰 화두였다. 소통의 중요성과 인간에 대한 이해 등 작품이 시사하는 핵심 메시지를 진부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표현해 어린이와 어른 모두에게 잔잔한 감흥을 선사했다.

한편 모차르트 음악만으로 이루어진 음악극 ‘신데렐라’는 작년 무대에서 작품성을 검증받은 기대작이었다. 일부 반주와 노래에서 미흡함이 보이긴 했어도 노련한 연출, 나아진 기량과 안무로 대전예당 브랜드로 내세울 수 있는 경쟁력있는 작품임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반면 무용극 ‘견우직녀’는 사랑의 의미와 가족이라는 거대한 담론이 주제였지만 그 의미가 쉽게 드러나지 않은 거대한 퍼포먼스였다. 판타지 영화 속 장면을 연상시키는 구성과 음악은 독특했을 수 있으나 관객 모두를 만족시키기는 어려웠다.

이같이 2019 스프링페스티벌은 장르 융합을 통한 플랫폼 역할을 긍정적으로 수행했지만 일부 예술성이 뛰어난 작품을 만드는 데 한계도 보였다. 그래도 작품의 의도와 명확한 방향설정으로 수정을 거듭하면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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