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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강했다 2편
사채빚 뒷수습에 모진 세월 딸 바라보며 눈물로 버텼지만
아이 위해 모은 돈까지 가져가…도저히 참지 못하고 이혼결심

[충청투데이 최윤서 기자] 남편은 세명의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숨겼고 아내 정성희(42·가명) 씨와 혼인신고를 했다. 유부녀였던 동거녀는 아이만 낳은 채 버리고 도망갔고 남편의 어머니, 즉 정 씨의 시어머니가 홀로 아이들을 키우고 있었다.

이후에도 계속되는 남편의 바람은 얼마든 참을 수 있었다. 애초에 신뢰가 없이 시작한 결혼생활이었고 사랑의 감정은 남아있지 않았다. 정 씨는 오로지 딸 소예(10·가명)만 생각하고 버텼다. 그렇게 이 악물고 버텨온 정 씨도 도무지 참을 수 없었던 한 가지가 있었다.

그건 바로 지독한 ‘빚’.

남편은 시도 때도 없이 사채를 끌어다 썼다. 본인의 명의가 막히자 아내 정 씨 명의로 온갖 제3금융권에 손을 댔다. 축산 농장에서 일했던 남편은 이곳저곳을 떠돌며 한 곳에서 오래 있지 못했다. 습관처럼 은행과 지인을 통해 돈을 빌리는 남편은 악마의 모습과도 같았다고 정 씨는 설명했다.

언제는 뒤처리는 아내의 몫이었다. 농장 인부들의 밥을 해주며 한 푼, 두 푼 모은 돈 500만원은 상환은커녕 어느새 남편의 손으로 넘어갔다. 상황은 악화일로를 걸었고 빚은 산처럼 불어났다. 이미 남편은 상환 불능 상태로 주민번호와 주소가 전부 말소됐다. 시간이 지나자 정 씨는 이제 빚이 정확히 얼마고, 어떻게 생겨났는지 조차 알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도 참고 참았던 그가 터진 것은 그때였다. 남편 몰래 딸아이의 아동수당을 조금씩 모아왔다. 이 돈 만큼은 소예를 위해 쓰고자 굳게 마음먹었다. 그런데 어떻게 알았는지 남편은 정 씨가 모르는 사이 이 돈을 전부 가져갔고 외도를 일삼았다. 그는 “그전부터 이혼을 조금씩 생각해오긴 했지만 결정적으로 결심을 내린 것은 아마 이때가 아니었나 싶다”며 “신용회복을 위해 10년이라는 시간을 빚만 갚다가 인생을 보내버렸다”고 흐느꼈다.   <3월 8일 3편 계속>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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