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이재범.jpg
[충청투데이 이재범 기자] “밤에 서울에서 1번 국도를 타고 경기도 쪽으로 내려가다 사방이 컴컴한 곳이 나오면 거기부터 천안이다.”

대학 시절,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사는 선배나 동기들과의 대화 도중에 나오던 우스갯소리 중의 하나다. 요즘 이 말이 새삼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것을 느낀다. 10년간 120조 원이 투입될,‘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일컬어지는 SK하이닉스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의 입지로 경기도 용인이 유력하다는 소식이 연일 각종 매체를 통해 전해지면서다.

특히 정부는 특별물량 공급이란 방식으로 ‘수도권 공장총량제’ 완화를 적극 검토 중이라고 한다. 수도권 공장 총량제는 인구 집중을 유발시키는 시설이 수도권에 과도하게 집중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수도권 공장의 신·증설 허용 총량을 규제하고자 1994년 도입됐다. 그러나 제도 운용 과정에서는 이미 여러 차례 예외사항이 적용됐다. LG필립스 파주LCD 공장과 삼성 고덕산업단지 등이 특별물량 공급이란 이유로 규제에서 벗어났다. 그런데 SK하이닉스 공장도 예외사항이 적용될 것이란 소리가 들린다.

“지키지도 않을 제도는 뭐하러 만들었는가”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일부에선 정부가 지방의 SOC사업 등에 ‘예타면제’를 해 준 것도 SK의 수도권 입지와 연관돼 있다는 분석까지 내놓고 있다. 하지만 제 아무리 대규모 SOC사업이라도 건설이 끝나면 일자리 창출 효과는 미미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런 면에서 예타면제와 총량제 완화를 같은 선상에 두긴 곤란하다. 지금도 1번 국도에서 천안 성환지역을 들어서면 어둠 속을 달려야 한다. 언제까지 지방은 컴컴한 어둠 속에서 지내야 하는가. 지방이 힘을 합쳐서라도 수도권 공장총량제 완화는 꼭 막아야 한다.

이재범·충남본부 천안담당 news7804@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