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이인희.jpg
[충청투데이 이인희 기자] “제 멘트 좀 잘 다듬어서 처리해주세요. 경제계 관계자, 아시죠?”

연일 최악의 일자리 상황과 기업 경영난 악화와 관련한 기사를 쏟아내고 있지만 경제단체 취재원들에게 관련된 질문을 하면 늘 돌아오는 말이다. 민감한 질문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개별 중소규모 기업이라면 충분히 이해할만한 상황이지만 경제단체가 극도로 몸을 사린다니 의아한 부분이다.

지역 경제단체들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급속도로 얼어붙은 올 한해 지역 경제는 물론 경제 활성화를 위한 대전시의 각종 사업들이 난항을 겪고 있지만 이를 위해 대표격의 목소리를 내야 할 경제단체가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언제부턴가 지역 경제계의 '맏형'격인 대전상공회의소를 비롯해 각각의 단체들 사이에서는 “괜히 나섰다가는 ‘적폐’로 몰리기 십상이다”라는 불안감이 잠식해 있다. 불과 몇 년 전 만해도 지역 경제계에 타격을 입힐 이슈가 생기면 일사불란하게 대응에 나섰지만 이제는 '각자도생'의 형국으로 돌아선 모습이다.

이렇다 보니 비난의 첫 번째 대상이라는 불명예를 안기도 한다. 대전상의를 향해 “경선 후유증에 시달린다”라는 쓴소리가 나오는가 하면 얼마전 상의조직 발전을 위해 부활이 검토됐던 상근부회장제에 대해 벌떼공격을 받기도 했다.

맏형의 상흔을 바라본 다른 단체들은 말할 것도 없다. 산업별·규모별로 기업 간의 이해관계가 복잡해졌다는 이유로 ‘침묵은 금이다’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결국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이후 각종 경제 정책에서 변화의 바람 속에서 이들 단체 간 소통조차도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지역 경제단체의 실효성을 두고 의문을 쏟아내기 시작하고 있다. 경제 활성화를 위한 대비전략이 고도화될 필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지만 경제단체는 시대에 뒤떨어진 존재성을 겨우 유지하고 있는 듯 하다.

이제는 진지한 성찰과 변화의 실천이 절실한 시점이다. 침묵은 금이 아니다.

이인희·대전본사 취재2부 leeih5700@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