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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충남 공주에서 나고 자라 스무 살 되던 해 충남대에 입학하며 대전에 터를 잡게 됐다. 인구 수 10만의 소도시에서 막 벗어난 풋내기 신입생에게 그때만 해도(?) 충남대 정문은 엄청 높았다. 일부는 서울대 정문과 비슷하다며 따라한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흘렸지만 내겐 서울대 부럽지 않았다.

휴학 1년, 합 5년을 충남대 학생으로 여느 대학생처럼 자유롭지만 치열하게 인생의 마지막 학창시절을 보냈다. 그렇게 졸업 후 언론사 입사 3년차 대학에 출입하게 되며 모교 충남대를 다시 찾게 됐다.

지각할까 허둥지둥 학내 순환버스를 타야했던 넓디넓은 캠퍼스는 여전히 북적였고 후배들은 싱그러웠다. 감상에 젖어 추억을 그리는 것도 잠시, 밖에서 본 충남대는 사뭇 달랐다.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라는 내 오래된 패러다임이 참 순진했음을 최근 충남대 사태를 취재하며 느꼈다.

학내 민주주의 실현의 일환으로 의무화된 국립대 평의원회 설치가 충남대에선 오히려 구성원 간 세 싸움을 부추기는 예상 밖의 장치가 됐다. 교수들은 평의원회 설치는 뒷전이고 그동안 해왔던 대로 ‘교원에 의한’ 학칙개정에 열을 올린다. 교수들끼리 투표했으니 총장도 물러나라는 식이다. 대학본부는 중간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눈치만 보고 있다.

그동안 국립대 교수들은 대학 내 ‘왕’으로 군림해왔다. 하지만 이제 세상이 달라졌다. 학생은 당연지사 조교, 직원 등 구성원들은 본인들의 권리를 주장하는 목소리를 높인다. 대학평의원회도 같은 맥락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의 존폐 문제가 코앞인데 국립대라는 이유로 충남대는 아직도 구태의연한 기득권 다툼에 시간과 감정을 소진하고 있다. 사립대는 교수들까지 신입생 유치 등 밥줄 걸린 생존싸움에 뛰어든 지 이미 오래다.

세상은 특정 한 집단으로만 살아갈 수 없다. 대학사회 역시 학생, 조교, 직원, 교수 어느 한 단체 없이 굴러갈 수 없다. 구성원 모두 합심해 똘똘 뭉쳐도 될까 말까한 이런 어려운 시기에 이 같은 학내 갈등은 출입기자 이전에 동문으로서 매우 안타까울 뿐이다.

수많은 동문들이 지역 곳곳에서 충남대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 지역거점대학으로서 충남대가 진정한 대학민주주의를 실현하는데 앞장서지는 못해도 뒤처지진 않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다. 

최윤서·대전본사 교육문화부 cy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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