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리뷰] 

대전예술의전당 개관15주년기념 자체제작 오페라 라 보엠이 지역의 큰 관심 속에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이탈리아 오페라 거장 푸치니음악에는 고유한 특징이 있다. 호소력 짙은 즉각적으로 다가오는 선율에 노래가 끊이지 않고 흐른다. 선율의 연속성을 위해 오케스트라 역할이 강조되고 캐릭터에 따라 특정 선율이 지속적으로 반복된다.

더구나 독창, 중창, 합창, 오케스트라가 하나의 연속적인 흐름으로 흐르기 때문에 독단적인 울림은 어울리지 않는다.

스티븐 카르 연출은 푸치니 오페라 본질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라 보엠 이야기의 비극성을 현대적 감성으로 절묘하게 표현했다. 19세기 과거가 21세기 미래로 옮겨진 무대여도 빈곤한 삶과 대조적인 진한 예술적 감성은 오히려 사랑을 향한 열렬한 마음을 대변한다.

균형잡힌 무대장치는 안정감을 지닌 채 시각적으로 열려있었으며 대각선으로 엇갈리게 배치한 벽돌과 철제 구조의 대비는 오페라를 관통하는 엇갈린 사랑에 과거와 미래가 공존함을 시사한다. 회색빛 배경 뒤로 커다란 가로등 하나가 눈을 맞으며 서있고 그 밑을 우산을 쓰고 걸어가는 장면은 사랑이 파국으로 치닫는 고요한 하이라이트였다.

반면 어느 색 하나 튀지 않는 무채색의 잔잔한 의상과 배경은 모든 것을 큰 흐름 속에 안고 가는 푸치니 음악과 결을 같이 한다. 로돌포역 김재형의 짱짱한 소리는 강렬한 전율을 선사했으며 박지민의 심금을 울리는 음색엔 슬픔의 눈물이 담겨있다.

시간이 갈수록 격정적인 미미 역할을 잘 해낸 홍주영과 서정성이 녹아있는 비련의 미미를 열연한 최우영은 빛났다. 최희준 지휘자와 함께 한 대전시향의 노련미도 큰 역할을 했다.

이렇듯 수준 높은 오페라를 자체 제작하고자 노력한 결과는 주목할 만하다. 단지 개관이래 꾸준히 자체제작 오페라를 생산한 대전예당 입장에서 개관15주년 오페라 이벤트에 좀 더 지역성악가와 여타 시립예술단의 적극적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한 점은 아쉽다. 탁월한 감각을 지닌 연출가와 함께 무대에 서는 경험은 지역예술인에게도 소중한 기회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뛰어난 연주자가 유발하는 효과는 관객동원과 완성도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전당 모두가 함께 하는 개관15주년 오페라였다면 진정한 잔치의 기쁨이 컸을 것이다.

오지희<음악평론가·백석문화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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